공강 시간, 역사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본교 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 전통과 문화에 대한 생생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본교 박물관은 193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됐다. 소장한 유물은 현재 고고자료 4만 9천여점, 도자기류 2만 5천여점, 현대미술품 1천 7백여점 등 총 10만점에 달한다. 국보인 분청자인화문태호를 비롯해 각종 보물과 중요 민속자료, 국보급·보물급 유물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본교박물관은 총 3개의 전시실을 갖고 있다. 이중 제 1전시실에는 충정공 민영환 유품, 구당 유길준 유품을 비롯해 민속품, 역사 관계자료, 전통 산업 용구등이 전시돼 있다. 또 사라져 가는 전통 농기구, 직조기구, 어로용구들도 보인다. 베틀 앞에 앉은 아낙네 모형, 가마니, 장독 등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 곳에서는 혼천시계와 김정호가 제작한 서울지도인 보물 제 853호인 수선전도 목판을 볼 수 있다. 이중 국보 제 177호 혼천시계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져 실내에 두고 시각을 알면서 그때의 천문현상까지 알아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과학 문화재이다.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와 우리 고유의 천체 시계인 혼천의를 결합한 추동식 시계 장치로 관측을 주목적으로 했던 중국의 천문시계와는 달리 정확한 시각과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일찍이 영국의 과학사가 조셉 니덤은 이 천문시계를 두고 "세계의 유명 과학박물관에는 반드시 이것의 모조품을 전시해야 한다" 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제 2전시실에서는 고고관계자료, 자기류, 서화류를 볼 수 있다. 1959년부터 1964년에 걸쳐 발굴한 웅천패총의 발굴품 유물을 비롯해 서울지역의 선사 주거지와 경주 황남동 고분, 가락동 백제 고분, 전남 승주군 지석묘군 등에서 출토된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또 국보 제 177호인 분청자인화문태호를 비롯해 고려청자, 조선시대 백자, 분청사기, 청화백자 등 시대별로 특색 있는 자기들을 전시함으로써 우리나라 도자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국보 제 249호인 동궐도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왕조의 동궐인 창경궁과 창덕궁을 16책의 화첩에 나눠 담은 궁궐도로 이 화첩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평행사선구도로 그려진 두 궁궐의 모습이 장대하게 전개된다.

이 안에는 자연의 구릉과 능선, 궁궐의 전각과 건물, 연못, 우물 등이 그대로 묘사됐다. 건물은 기둥과 칸수, 기와, 창호의 생김새까지 치밀하게 그려져 있어 이를 바탕으로 복원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세세함 때문에 동궐도는 조선시대 왕궁의 건물 배치나 조원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홍도, 정선, 최북, 김정희, 정약용 등 당대의 문인들과 화원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제 3전시실은 현대 미술실이다. 1973년 국내 대학박물관 최초로 설치된 이 곳에서는 서예, 동양화, 서양화, 조각, 판화 모든 분야에 걸친 대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로트렉이라 불리는 장애인화가 구본웅의 <청년의 초상>, 토속적인 작품세계를 꽃피운 박수근의 <복숭아>, 국민화가로 꼽히는 이중섭의 <꽃과 노란 어린이>, 김환기의 <월광> 등 책에서만 보고 듣던 화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조각 역시 권진규의 <말머리>, <자각상>을 비롯해 한국 조각에 처음으로 철조를 도입한 송영수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또 현재 4·18 기념관에 위치한 교사자료 전시실을 둘러보면 보성전문학교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역사도 알아볼 수 있다.    

굳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서 박물관(http://museum.korea.ac.kr)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소장하고 있는 모든 유물이 3차원 영상으로 감상 가능하다. 또, 지금까지 열렸던 굵직한 특별전을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사이버 박물관의 장점이다.

2005년 개교 1백주년을 맞아 1백주년 기념관으로 박물관을 이전하면서, 올해는 특별전 계획이 없다. 그러나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국내 대학박물관 최초로 미국 유수 대학박물관을 순회하며 <조선 선비의 묵향>이라는 전시를 열었고, 1999년 <근대 한국화의 탐색>, 2000년 <20세기 한국미술 200선>, 2001년 <조선시대 기록화의 세계>, 2002년 <서울 하늘, 땅 사람>과 최근의 <파평 윤씨 모자 미라전>, <유길준 특별전>등의 특별전을 꾸준히 개최했다.

박물관 관람을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무료 문화강좌를 수강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문화강좌는 봄, 가을 학기로 나뉘어 10주씩 진행돼, 전통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또 대학박물관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일반인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학술적인 전시와 전문적인 강연도 가능하다.
이런 박물관을 잘 활용하면, 전공과 관련된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우연히 만난 전시품 한점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그 기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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