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 사흘간 접속이 불가능했던 디지털 교도소사이트가 2대 운영자의 등장과 함께 운영을 재개했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이들의 신상을 임의로 게시하는 신상 공개 사이트다. 지난 3일 해당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본교생의 사망으로 사적 제재논란이 불붙자,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고 인터폴과 공조수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가 급진전했다.

  디지털 교도소의 존재는 법체계가 아닌 일반 대중이 자의적으로 범죄자로 특정된 이를 응징할 때 발생하는 모든 해악을 보여줬다.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본교생, 스스로 무고를 입증한 이후에야 교도소에서 풀려난 정신과 교수가 그 사례다.

  사적 제재를 가한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진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애초에 개인이 책임질 범위를 넘어선 가해심판이었다. 숨어있는 운영자에 의지해 무고한 이들에 집단 조롱을 가했던 네티즌의 책임 또한 따져야 한다. 그렇지만, 2대 운영자의 등장은 장기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체계 내에서 책임질 수 있고, 책임져야 했던 사법부의 무력함이 뼈아프다. 책임질 능력이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형법의 책임주의’. 그 원칙에 근거해 사법부에 책임을 묻는다. 개인이 사적 제재를 내세우며 위세마저 떨친 것은 사법부의 공백이 컸기 때문이다. 그 공백은 국민의 법감정과는 거리가 있는 성관련 범죄 수사과정이나 재판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재판은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행해진다. 현행법의 미비로 양형이 죄질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흠결을 채우는 건 법관의 양심이다. 법관의 양심과 국민의 시선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사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판사들과 일반 시민들과의 의견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양형 기준을 두고 국민적 불만이 가중된다면,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 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사법체계를 무시한 가운데 행해지는 사적 제재는 막아야 할 사안이다. 그렇기에 많은 폐해를 낳은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시선과 유리되고 있는 성범죄와 관련한 사법체계의 현주소를 사법부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이 사적 제재에 눈 돌리지 않도록, 사법부의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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