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30) 씨는 워킹맘 프리랜서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출산 전에는 해외영업에 종사하는 일반 직장인이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업무를 봐야 해서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매번 대신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해야만 하는 데다, 비용부담도 크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퇴사를 택했다.

  경력단절의 문턱에 있던 김민서 씨를 어엿한 직업인으로 남게 한 건 재능 거래 플랫폼이다. 과외 사이트뿐 아니라 크몽’, ‘재능아지트등의 재능 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일을 구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영어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업무량도 조절 가능해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이 가능해진 그녀다. “코로나 이후엔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의뢰하는 분들도 생겼어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서 이란 일시적인 일을 뜻하는 단어로 최근의 프리랜서처럼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근로 형태가 확산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긱 이코노미의 발전에는 온라인 재능 거래 마켓 등 IT플랫폼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다. IT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재능 거래 마켓의 규모가 커지며, 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들을 칭하는 긱 워커(gig worker)’가 떠오르는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재능아지트, 크몽, 오투잡 등은 모두 디자인, 마케팅, 영상제작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재능을 거래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을 타고, 기존 프리랜서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자율성·유연성이 핵심인 프리랜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온라인 재능 거래 사이트 크몽은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 기술 거래를 중개한다.
온라인 재능 거래 사이트 '크몽'은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 기술 거래를 중개한다.

 

회사 불만·불안 대신 자유

  크몽에서 영상 편집기술을 판매하는 김만중(·29) 씨는 직장인 시절 회사에선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씨는 회사에서는 일하는 시간과 능력에 비해 받는 급여도 맞지 않고 오히려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으로 실력이 녹슨다는 느낌이 들었다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활용하며, 그에 비례하는 보수를 받을 수 있어서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기술을 가진 이들이 재능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일을 구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사이트에 영상 편집, 마케팅 등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의 일을 등록하고, 구매자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업무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자신의 일정에 따라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어 생활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퇴직 이후, 자소서 첨삭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정연승(·38) 씨는 크몽 판매자 중 최고 단계인 마스터 등급을 얻었다. 정연승 씨는 회사의 최고결정권자와 함께 일을 하며 수많은 정리해고를 지켜봤고, 회사라는 조직은 자신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을 절감했다. 정 씨는 회사를 나온 뒤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은 나에게 생존의 문제였다정리해고의 대상이 언젠가는 내가 될 것이라는 불안에 늦기 전에 회사를 나와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기업과의 계약관계 하에서 일하던 기존 프리랜서들도 재능 마켓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일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는 곽세영(·37) 씨는 기존에 알던 광고업체와 계약해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재능 마켓에서도 일을 구하고 있다. 곽세영 씨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재능마켓에 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목소리만 듣고도 찾아와주는 고객들이 있었다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나은 결과물을 추구하다보니 단골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상편집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만중 씨가 촬영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영상편집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만중 씨가 촬영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늘어나는 인기에 경쟁 심화

  재능 거래 마켓은 소비자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거래 과정이 간단하고 프리랜서의 선택지도 넓다는 점에서다. 실제 크몽에서 디자인 로고 및 pdf 제작을 의뢰한 적 있는 김다은(·29) 씨는 구매 절차도 간단하고 마켓에 등록된 프리랜서가 많아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을 플랫폼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나에게는 없는 능력을 살수 있어서 판매자가 구매자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재능 마켓을 통해 단기적으로 일을 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판매자들 간 가격경쟁이 심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일부는 직업적 프리랜서와 단순 알바로 재능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만중 씨는 프리랜서가 본 직업이 아닌 단순 취미로 재능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가격을 측정한다이 경우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구매자들이 결과물에 만족을 못 하고 다시 전문 프리랜서들에 의뢰하는데, 가격이 다른 판매자에 비해 높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7년째 사진 리터칭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해순(·39) 씨도 여러 재능 마켓에서 사진보정이나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늘고 있다디자이너들이 이 일에 할애하는 시간에 비해 단순 가격 경쟁으로 인해 견적이 낮아지는 추세라 걱정된다고 전했다.

프리랜서 성우 곽세영 씨가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성우 곽세영 씨가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

 

불안한 직업환경은 여전해

  코로나19로 업무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재능거래는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전문인력 매칭 플랫폼인 숨고9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숨고 관계자는 하루에 고수와 고객이 약 170만 건씩 매칭되고 있다추정 거래액은 2450억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세계 시장도 맥을 같이 한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기반 노동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2025년까지 전 세계 GDP의 약 2%를 차지하는 2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업자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간다고 맥킨지는 진단했다. 54000만 명의 실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 밝혔다.

  한편, 프리랜서라는 유연한 노동형태가 주는 이점과 시장의 성장세와는 별개로 불안정한 수입, 법적 안전망 부족은 프리랜서들이 계속해서 짊어지는 무게다. 재능아지트에서 프리랜서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업무 스트레스에 관한 문항에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34%, ‘일감이 줄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28% 라고 대답했다. 곽세영씨는 다른 프리랜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불안하다고 전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이들에겐 부담이 된다. 김만중 씨는 아무래도 프리랜서는 백수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 편이라며 직장인보다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 힘들 때가 많다고 전했다.

  재직증명서가 없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대출, 통장 개설 등도 쉽지 않다. 김만중 씨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통장 개설, 대출 등 은행 업무와 관련해 법적인 증명이 어렵다는 것이 불편하다다른 지원보다도 프리랜서를 법적으로 증명해주는 제도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는 김민서 씨도 프리랜서는 건강보험 기준 직장 가입자도 아니고, 개인사업자로 구분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리 프리랜서라도 교육자로서의 최저임금은 보장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리랜서에 대한 법적 안전망 부족, 불안정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긱 이코노미는 전 세계적인 성장산업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 산업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조영윤 기자 dreamcity@

사진제공 | 김만중·곽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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