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NO-택트된 코로나 시대의 노년들
세상과 NO-택트된 코로나 시대의 노년들
  • 남민서 기자
  • 승인 2020.09.19 2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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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안 찍고 말지”··· 고령층에 더 가혹한 코로나

나갈 일 없어 무력감 커져

온라인뱅킹·쇼핑 어려워

가족·주변인 도움이 중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는 동안, 사회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체 활동이 줄고, 비대면 환경이 일상이 됐다. 비대면 활동을 뒷받침할 디지털 기기의 사용도 늘었다. 불가피한 시대 흐름에 사람들은 적응을 생존 방편으로 택했지만, 노인세대의 경우 논외다.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인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이 어렵다.

 

  “복지관도 못 가니까 삶에 의욕이 없어.”

  남옥순(·60) 씨는 온종일 집안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코로나19로 바깥에 나갈 일이 없어 몸에 긴장이 풀리고 무기력해졌다고 했다. 비단 남옥순 씨만 그런 건 아니다. 지난 4, 한국리서치의 코로나19 4차 인식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시니어 중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였다.

  2019년 기준 60대 이상 인구는 138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코로나19가 낳은 사회의 단절에 직면한 셈이다.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디지털 정보격차, 이제는 생존격차로 이어질 만큼 위협이 되고 있다.

동대문구 제기동 방아다리 경로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휴관 중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노인들

  시니어들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은 다른 세대보다 높은 편이다. 917일 기준 전체 사망자 372명 중 고령층(60대 이상) 사망자는 349명으로, 94%를 차지한다. “코로나가 완치돼도 몸에 안좋다고 하니까 무서워서 최대한 집에만 있죠.” 권경희(·57) 씨가 말했다.

  가끔 가던 복지관도 휴관해 외부 커뮤니티와의 단절을 겪기도 한다. 전순영(·72) 씨는 다니던 복지관이 문을 닫은 후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전 씨는 나갈 일이 있어야 운동도 하고, 복지관에 가 취미활동도 해야 몸이 규칙적으로 움직일 텐데, 움직일 일이 없으니까 사람이 자꾸 쳐진다친구들을 만나도 눈치가 보여서 금방 헤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으로 고령층을 꼽는다. 사회활동 결핍이 그 이유다. 최재성(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지역시설 등을 이용하지 못하면 자택에 머물러도 소일할 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같은 비대면 상황에서도, 젊은 세대의 경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외부와의 소통, 경제활동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대체할 만큼 자유로운 비대면 활동이 어렵다.

  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을 100%로 가정할 경우 20대와 30대가 120% 이상인 반면 60대 이상의 경우 평균 54%로 나타났다. 4대 정보 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고령층, 농어민) 가운데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4.3%로 취약계층 가운데서도 가장 낮았다.

 

  못 믿고 어려워 사용 회피

  노인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아예 쓰지 않는 건 아니다. 활용이 문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90.6%에 달했지만,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는 역량 및 활용 수준은 각각 51.6%63.9%에 그쳤다. 접근은 하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경제활동을 진행하기 어렵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전자상거래 서비스, 금융거래 서비스를 22.7%, 18.5%밖에 이용하지 못한다. 20대가 77.2%, 62.9%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온라인상의 경제활동을 피하는 이유로 노인들은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주변에서 겪은 대출사기 스팸문자 등 피해사례를 듣고 인터넷 뱅킹을 믿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안숙자(·77) 씨도 지인이 계좌번호를 잘못 써 3억 원을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는다. 안 씨는 은행 창구는 카드만 주면 다 해주니까 그냥 창구에 가서 일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작은 화면, 복잡한 절차에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윤석경(·78) 씨는 대면 외출이 어려워진 이후, 온라인 장보기를 처음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장바구니 추가, 카드 연동, 배송지 입력 등 복잡한 절차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대신 며느리 도움을 받아 택배로 식자재를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 며느리가 택배로 보내주는데, 집 앞에 채소 트럭이 올 때만 잠깐 나갔다가 호박 같은 거 사서 오지.”

  남들은 쉽게 새벽배송시켜 다음날 물건을 받아본다고 하지만, 노인들에겐 역부족이다. 안숙자 씨는 나가기도 무섭고, 짐도 무겁고 해서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싶은데 아직 배우질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직접 가게를 방문할 때도 QR코드를 찍고 들어오라고 한다. 디지털 기반의 전자출입명부가 도입되면서 대면생활에서도 디지털 기기 활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석경 씨는 지금까지 QR코드 사용을 피했다. “그거는 노인한테 찍으라고 하면 노인네들 다 안 찍지. 어려워서.”

  질병관리본부에서 QR코드 대신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할 수 있게 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은 남는다. 남옥순 씨는 다른 사람도 다 볼 수 있는데, 전화번호와 이름 모두 적어야 해서 쓰기 싫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시니어 대상 디지털복지 콘텐츠를 개발하는 캐어유정재훈 사업개발이사는 중국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량과 함께 메신저를 중심으로 한 생활 전 분야에 걸친 QR코드 사용이 일상화돼 있지만, 한국에선 상당히 생소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교육도 사실상 어려워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자 활용법을 배우려는 노년도 있지만 당장 교육은 어렵다. 디지털 활용 교육을 위한 대면 창구가 지금은 사라진 상황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올해 디지털 역량센터를 전국 1000곳에 개설해 디지털 역량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심화, 방역 단계 격상에 따라 계획을 미뤘다. 교육은 전면 온라인으로 시행 중이다.

  온라인을 위한 온라인. 시니어에게 온라인 학습은 총체적으로 어렵다는 평이 많다. 금융위원회 비영리사단법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회장=윤덕홍) 측은 가뜩이나 스마트폰도 못 다루는데 화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하는 건 한계가 있다컴퓨터가 집에 있어야 하고, 영상 시청만으로 노인들이 실습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교육은 시니어들의 가족, 친지들의 도움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가족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받아도 실제로 해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곁에서 확인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이광태 사무국장은 디지털금융은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므로 첫 사용법만 가족이나 지인이 가르쳐준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막연히 복잡하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변에서 인식을 바꾸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민서 기자 faith@

사진김소현 기자 sosoh@

인포그래픽은지현 기자 silver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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