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요즘 제 주위에서 이상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얼마 전에 ‘N번방에 관한 뉴스는 들으셨죠? 사실 저는 아직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계속해서 성범죄자 처벌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범죄의 크기와 무게를 비교하면 처벌은 작고 가벼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아마 디지털 교도소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종의 정의의 사도가 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디지털 교도소는 절대 공식적인 공간이 아니었던 거죠. 지극히 개인적으로 운영된 교도소였어요. 이게 왜 문제가 되냐고요? 이유는 간단해요. 그곳은 개인이 개인을 고발하기 때문에 무고를 만들어내곤 하거든요.

  지난주에 우리 학교 학우 한 분이 세상을 떠났어요. 자신은 디지털 교도소에 갇힐 사람이 아니라고 외치다가 말이죠. 지금은 경찰 조사 중인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그분을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일 테니까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어느 대학교 교수님께서는 합성된 채팅 사진으로 디지털 교도소에 얼굴이 공개되었다가 경찰 조사를 통해 무고를 밝혀내시기도 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신상 공개라는 것이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대요. 저라도 무서웠을 것 같아요. 가끔 오는 스팸 문자에도 혹시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됐나?’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특히나 본인이 잘못한 게 없는데 신상이 공개된 것을 알았을 때의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우리나라가 유난히 성범죄에 관대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요.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아저씨, 우리 사회는 변화할 수 있을까요? 성범죄가 없는 세상, 억울하게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언젠가는 오게 될까요? 올 수 있다면 빨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소연(사범대 국교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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