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2016)>

별점: ★★★★☆

한 줄 평: 시공간을 초월한 언어, 언어를 초월한 인간.

  요즘 시국에 강제로 주어진 여가에 무엇을 할지 고민해 보다가, 스페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분명 어렵지만 어떤 동기가 있다면 재밌습니다. 저에겐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그것이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문화가 다르면 언어 형태도 너무나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명사에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다는 것이 특히 놀라웠습니다. 스페인에서는 같은 물체를 볼 때도 반사적으로 특정한 성이 연상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경지에 다다르면, 저도 그런 시각을 가지게 되는 걸까요?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소설가라고 불리는 테드 창의 소설이 원작인 <컨택트(2016)>는 한마디로 외계인과 말 트는 이야기입니다. 12개의 UFO가 지구 곳곳에 등장하고, 그중 미국에 떨어진 UFO 속으로 투입하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가 선택됩니다. 그녀는 외계인이 내는 웅얼거리는 소리와 다리에서 뿜는 잉크 얼룩이 그들의 언어라고 추정하고, 물리학자 이안 도넬리와 함께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영어 낱말을 가르쳐주고 그들의 낱말을 받아 적는다고 대화가 가능해지는 편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What is your purpose on Earth?”, 지구에 온 목적이 무엇입니까?”. 이 한 문장을 전달하기 위해 몇 달이 흘러갑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목적의 개념이 있는지, 혹은 질문의 개념이 있는지부터 확실치 않기 때문이죠. 과연 이들은 UN에서 전쟁을 선포해버리기 전에 외계인들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외부인과의 소통이라는 소재는 원주민이나 외계인을 가지고 인간의 탐욕이 원흉이라는 뻔한 이야기로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공포에 떠는 인간들은 방관자로 두고 철저히 루이즈와 미지의 세계의 이중 구도에 집중합니다.

  외계인을 처음 만나는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UFO에 들어가기 위해 크레인을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가면, 있는 힘껏 점프해서 벽에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UFO 내부엔 지구와는 다른 중력이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루이즈는 겁에 질려 몸서리치지만, 성공한 뒤부터는 쉽게 드나듭니다. 그런데 두 번째의 벽을 맞서게 되는데, 바로 외계인들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투명한 장벽입니다. 이 장벽은 외계인과 인간을 물리적으로 공존할 수 없게 만들지만, 문자를 서로 보여주는 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마치 산 넘어 산인 외국인과의 소통 과정을 상징하는 것 같죠?

  이런 장면들처럼 드니 빌뇌브 감독은 미지의 존재를 이해하고 배움을 얻는 과정을 아주 차분하고 인간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루이즈가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그리고 황홀함으로 도달할 때,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루이즈가 장벽 앞에서 처음으로 외계인의 언어의 힘을 체감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시각적 요소, 특히 외계인의 문자가 나오는 장면들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기이하고 웅장한 사운드 또한 관람 포인트가 됩니다. 신선한 충격을 얻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박재호(보과대 바이오의과학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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