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게 한 대 맞을래, 살살 열 대 맞을래.’ 어릴 적 혼날 때 항상 답하지 못했던 난제다. 시간이 지나니 외피는 달라져도 본질은 동일한 선택에 직면하곤 한다. 짧고 굵게 가냐, 가늘고 길게 가냐. 대포 한 발이냐, 따발총 여러 발이냐. 일시불이냐, 할부냐. 한탕이냐, 티끌 모아 태산이냐.

○…보통의 한국인은 무엇을 더 선호할까. 짐작하건대, 전자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치킨이름만 봐도 그렇다. ‘통큰 치킨’ 이름에서부터 ‘대도무문’(大道無 門)의 정신이 떠오르지 않는가.

○…세종캠이 ‘학습 안정화 보장 장학금’ 지급안을 마련했다. 특이점은 동일한 금액이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명목에 따라 지급대상과 금액을 달리 한다. ‘통 큰’ 혹자에게는 3만원의 대면수업 참가 지원 장학금이 잔돈일지도 모르겠다. 1만6000원짜리 독감백신접종 장학금은 누구 코에 붙이냐고 푸념할 수도 있다. 차라리 ‘통 크게’ 모두에게 등록금 30만 원씩 돌려주기를 바랄지도.

○…‘통 큰’ 분들이시여, 여러분의 통은 이미 크지만 키우는 김에 조금만 더 키워 보면 어떨런지. 코로나로 인해 실직하거나 폐업한 가정의 학우에게 ‘통 크게’ 지원을 해주는 건 어떤가. 그게 바로 ‘통 큰’ 장학금 아니겠는가.

조민호 취재부장 do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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