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로 포장 주문이 3배 늘었어요.” 본교 주변에 위치한 식당인 석이네 초밥집사장은 포장으로 인한 일회용기 사용이 늘어난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최용준(·21) 씨는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다가 최근엔 사나흘에 한 번 정도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배달과 포장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재활용가능자원 발생량은 전년 동기와 대비해 11.2% 상승했고,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류는 15.6%의 증가세를 보였다.

  일회용품 배출이 증가하는 상황은 쓰레기 배출부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쓰레기 처리 과정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쓰레기가 쌓여 처리할 공간부터 부족한 상태다. 재활용 쓰레기, 대표적으로 폐플라스틱은 개인이 배출한 이후, 재활용 선별시설으로 옮겨져 재활용되거나, 소각 또는 매립된다. 그러나 폐기물을 분리하고 처리할 장소가 부족한 상황이다.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활용품 분류를 하기 위해 쓰레기를 쌓아놓아야 하지만 그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달과 포장 증가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달과 포장 증가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일회용품 사용 급증

일회용품이 방역책은 아냐

쓰레기 자체를 최소화해야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도 난항이다. 재활용된 폐플라스틱은 가공을 통해 재생원료로 활용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들어 가격 경쟁력이 원유에 비해 밀리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축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져서다. 재생원료의 경우, 재활용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이 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을 쉽게 낮출 수 없다. 국내 폐플라스틱 적체 현상이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지난 5월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등과 페트 재생원료 사용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 상황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제한 등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자 했던 정부 정책과 역행한다. 그럼에도 증가한 건 코로나 19 예방 차원에서 정부가 불가피하게 일회용품 사용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2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라, 정부는 식품접객업소의 일회용품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다회용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을 우려한 조치다. 지난 415일 총선에서도, 투표소에 나선 모든 국민은 감염을 막기 위한 조처로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이 다회용품보다 감염예방에 탁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원석(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일회용품 사용이 코로나 확진자를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일상생활에서 다회용기를 깨끗이 세척한다면 코로나 감염의 위험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배출부터 줄이려는 노력 필요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방역지침 내에서 환경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대신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소독 장비 보급이 진행되고 감염 우려가 줄어든 상황이라면 일회용품 사용은 다시 규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시적으로라도 정부가 일회용품 배출에 세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쓰레기 회수와 처리에 드는 비용 부담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주고 그 돈으로 환경을 개선하는데 사용하자는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세금 부담의 필요성을 인지해야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쓰레기 문제의 해결은 정부만이 아닌 개개인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쓰레기를 버리고, 처리하는 모든 주체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쓰레기 문제해결의 1원칙이다고 전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민간 차원에서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즉 쓰레기를 아예 배출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숍 또는 카페와 같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상점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다. 제로웨이스트 숍의 경우,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 맞게 포장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상점을 뜻한다. 용기 없이 샴푸나 세제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을 애용하는 사공성수(문과대 철학17) 씨는 제로웨이스트숍의 취지에 공감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이러한 가게가 다양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제로웨이스트 숍의 경우, 민간에서만 운영하는 게 아닌 기업과 정부의 지원으로 정착돼야 한다일회용품보단 각자 다회용기를 쓰려는 노력이 개개인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이승은·이현주 기자 press@
 
사진 | 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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