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가구는 평균 43191만 원의 자산을 보유했다. 이중 부채가 7910만 원으로 순자산은 약 35000만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1년 전인 2018년 대비 2.7%가 증가한 수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하니 가구별 자산 평균 역시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게다. 내친 김에 소득 통계도 보자. 2018년 대한민국의 가구 평균소득은 5828만 원이었다. 2017년 대비 123만 원이 늘어난 수치이고, 월평균으로 나누어보면 486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만하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면 함정에 빠진 거다. 평균의 함정 말이다. 우선 순자산 통계의 경우 전체 가구의 63.2%3억 원 미만을 보유했지만, 6.8%에 불과한 순자산 10억 원 이상의 가구들이 평균치를 크게 끌어 올렸다. 소득 통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미만인 가구 비율이 24.5%로 가장 높았지만, 소수의 고소득층이 평균 소득을 높이 끌어올렸다. 평균적이지 못한 평균이 만들어진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이 어긋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훈련소에 들어간 순간 내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스카이 출신이 세상 한 줌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되고, 서울과 경기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일상적으로 누려온 편리들이 수도권 거주자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성인 10명 중 9명은 소위 잘 나가는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외려 증가 추세에 있다.

  세계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계를 향하기 위해 늘 스스로 정의하는 가치와 시대정신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그 세계가 특정 직업이나 특정 소득분위의 계층, 특정 지역에 한정된 평균을 바탕으로 정의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조금 불안하다. 우리가 옳다고 믿은 무언가가 사실은 누군가를 더 배제하는 결과물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고.

  세계는 좀 더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위한 가치관은 조금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평균적이지 못한, 너무나 평균적이지 못한 평균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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