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있다 없으니까 허전한 건 고연전도 매한가지다. 그 덕에 고연전 없는 고연전 특집호라는 역설이 생겼다. 붕어빵마냥 붕어는 없더라도 최소한 모양은 갖추려 노력했다.

○…0.315%의 바나나 함량으로 그 풍미를 내는 바나나 우유의 비법은 합성향료. 고연전 풍미를 내는건 무엇일까. 이번 특집호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해답을 찾아가는 구도(求道)와 같았다. 연세춘추와 전례없는 콜라보를 기획하고, 지난 10년간의 고연전 사진을 뒤졌다. 기억 저편을 더듬어가며, 고연전을 겪어본 적 없는 새내기 기자와 아이템을 고민했다. 추상화를 그리는 심정이 이러할까.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이여, 추상화가 별거냐 무시했던 저를 용서해주길.

○…자기 동일성 없는 복제를 일컬어 철학에선 시뮬라크르(simulacre)’라 한다. 그렇다, 우리가 창조해낸 건 고연전의 시뮬라크르다. 들뢰즈를 빌리자면, 원형을 뛰어넘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을 구현하려 했다.

○…있어 보이는 철학 대신, 솔직한 당부 한마디. 진짜가 아니더라도 붕어빵과 바나나맛 우유를 즐기듯, 이번 호를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고학번들은 추억 속의 고연전을 떠올리시길, 새내기들은 고연전의 0.315%라도 느끼시길.

조민호 취재부장 do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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