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대학생 대부분은 성인이지만, 그중 대다수는 경제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가 아닌 사회로 나가는 일은 꽤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그 어떤 가까운 미래보다도 가장 자주 떠올리고 걱정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런 질문을 하염없이 반복하던 어느 여름, <일의 기쁨과 슬픔>을 만났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총 8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는 소설집이다. 각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소설집을 전부 읽으면 8편 모두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집 속 인물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맞부딪히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작품에선 상사의 횡포, 여성을 향한 부당한 시선, 스펙 경쟁과 효율 중심의 분위기가 인물의 삶 곳곳에 도사린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이윽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삶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체감하게 된다.

  단편 <탐페레 공항>에서 진로 상담원은 대학생인 주인공의 스펙, 학교, 학점 모두가 평범하다며 아직 준비운동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고심 끝에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지만 결국 남들이 한 번씩 해보는 걸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씁쓸해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회사원 거북이알은 경력을 착실히 쌓고 있었지만, 상사의 갑질 때문에 승진이 취소된다. 이런 부분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설집은 마냥 암울하지만은 않다. 아마 작품 속 인물들이 수많은 시련과 편견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탐페레 공항>의 주인공도, <일의 기쁨과 슬픔>의 거북이알도 결국 힘든 현실을 헤치고 자신에게 알맞은 인생의 방향과 방식을 개척해 나간다. 소설집을 읽고 나면, 작품들이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 하지만 너는 그런 어려움을 짊어지고도 네 삶을 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말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근심을 향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조언이 아닐까.

  우리는 앞으로 아직 경험해보지도 못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 삶에는 서러운 일도, 강압적인 시선도, 해결하기엔 난관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와중에도 꾸준히 각자의 인생을 꾸려간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풍경은 제법 근사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일의 기쁨과 슬픔> 속 인물들이 만들어나간 삶의 풍경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권가현(문과대 국문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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