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수 출전에 ‘관심’ 둬야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 필요

 

  여성선수 출전 배제, 배리어프리 부족, 쓰레기 방치. 양교의 화합, 공동체 의식 강화와 같은 고연전의 역할에 몰두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행사의 맹점이다. 1965년부터 당연하게 이뤄졌기에, 문제 삼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쉬어가는 한 해, 그동안의 고연전을 되짚어보며모두를 위한 축제라 자부했던 고연전의 개선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여성선수 출전 기회 확대해야

  고연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은 단연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아마추어 대항전도 진행하긴 하지만, 고연전의 메인 게임은 체육특기자 학생이 참여하는 스포츠 대항전이다. 같은 체육특기자임에도, 여자선수 팀이 대항전에 참여한 적은 이제껏 없었다. 양교에서 여자 선수팀은 본교 여자축구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자축구부 주장 송재은(문스대 국제스포츠17) 씨는고연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선수들끼리도 많이 한다연세대에 여자축구부가 생기면 제6의 종목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019년 고연전에서 아마추어 경기로 여자축구 동아리 대항전이 채택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태풍링링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 고려대 여성축구 동아리 FC엘리제 주장 임희진(사범대 체교19) 씨는경기가 취소돼 너무 아쉽지만, 출전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로 여성스포츠의 발전과 관심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영신(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교수는 정기전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전이 처음 개최된 1965년 당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낮았고, 사회적 지위도 열악한 상황이어서 여성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여학생 비율이 약 50%에 달하며 여성선수들의 활약도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스포츠의 종류를 다양화하거나 동아리 대항전 등 정기전 종목을 더욱 확대해 여학생들도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구 동아리를 제외하고 양교 모두 활동하는 여성 스포츠 동아리는 라크로스팀이 유일하다. 고려대와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 동아리는 2013년 동아리 스포츠 대항전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각 학교에 전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팀 주장단은여성선수의 경기 출전을 학교 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남성선수 위주의 정기전을 개선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배리어프리책임은 모두에게

  함께 경기를 즐기는 장애학생들을 위한배리어프리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작년 고연전 빙구 경기 당시 고려대와 연세대의 합동배리어프리석이 무산될 뻔했다. 휠체어 사용자들의 원활한 입장과 퇴장을 위한 자리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앰프를 연세대장인위의 요청에도 연세대 응원단이 옮기지 않겠다 한 것이다. 스피커 옆에 있으면 청각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날 해당 구역을 담당하게 된 고려대 응원단이 즉각 앰프 위치를 조정해 문제는 해결됐지만, 장애인 학생들의 정기전 참여에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김정운 당시 고려대 장인위 위원장은많은 협의 과정을 거친 덕분에 현재는 보다 더배리어프리해진 환경이라면서도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의 편의를 위한 조치가 일부 학생들에게 특혜처럼 받아들여진 경우도 있다. 고현창 연세대 장인위 위원장은연세대 노천극장이 계단식 구조라서 휠체어를 탄 학생은 계단 아래서만 관람할 수 있는데, 이 자리가 VIP석과 같은 공간이라 장애학생의 특권이 아니냐는 일부 여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식개선 이외에 장인위와 응원단이 고연전에서의 배리어프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강조한 것은 응원단 내부의 인수인계다. 고현창 위원장은 매년 응원단이 바뀌면서 이미 합의됐던 부분의 논의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수형 고려대 응원단장은 “2010년 중반부터 이어온 배리어프리에 대한 응원단의 의식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머문 자리도 아름답도록

  경기가 끝나고 진행되는 뒤풀이 행사는 고연전의 백미지만, 뒤풀이 이후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는 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학생들이 마시고 버린 술병, 가게 상인들이 나눠주는 일회용 접시와 음식물 쓰레기 등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모습은 고연전이 끝난 새벽 길거리의 서글픈 풍경이었다.

  부쩍 늘어난 쓰레기양으로 인해, 매년 정기전이면 더 많은 환경미화원들이 안암동 참살이길 일대에 배치됐다. 평소의 청소인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한상노 주무관은뒤풀이 행사가 끝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노력이 필요하다정기전 주최 측에서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촌의 경우, 행사를 치르고 나면 평상시 2.5배에 달하는 쓰레기양이 발생한다는 게 서울시청 환경노동조합 서대문지부 최용희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최 사무국장은 새벽 늦게까지 진행되는 뒤풀이가 환경미화원 근무시간과 겹치는 점 역시 문제로 꼽았다.

  또한, 부스나 무대 등 큰 설치물이 버스 통행 시간까지도 철거돼 있지 않으면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희 사무국장은뒤풀이가 끝나는 시간이 조금만 더 앞당겨졌으면 좋겠다뒷마무리까지도 깔끔하게 처리한다면 정기전은 더 좋은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민 기자 skycastle@

 


 

  고려대와 연세대의 라이벌 구도. 사실 양교 학보사인 고대신문과 연세춘추에게도 해당된다. 역설적이게도 한창 양교 학생들이 자주 만났을 때는 학보사 간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 음침하게 서로의 기사만 모니터링했다. 그러다가 찾아온 고연전 취소, 부쩍 멀어진 연세대와의 거리. 그 간극을 지면에서라도 메워보고자 고대신문과 연세춘추, 연세춘추와 고대신문은 합동 취재를 기획했다. ‘고연전을 되돌아본다는 대주제를 바탕으로 각 학보사만의 개성 있는 시각과 의미를 담았다. 고대신문은 학교를 본교로 칭하고, 연세춘추는 학교를 우리대학교라 부른다. 각자 학교를 부르는 호칭부터 다른 우리, 그래도 함께 맞부딪히며 하나의 지면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고연전 특집기획도 필승, 전승, 압승할 수 있을까.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고대신문·연세춘추 합동취재팀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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