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 우리대학교와 고려대는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정기 연고전(아래 연고전)을 취소했다. 학생들은 아쉬움과 함께 내년을 기약했지만, 그마저도 아직 미지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으며, 스포츠계는 스포츠 뉴노멀을 논의하고 있다. 연고전 역시 뉴연고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의 시작으로 기존의 연고전을 짚어보자. 연고전이 대학과 사회에서 지닌 의미를 살펴보며, ‘뉴연고전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독수리와 호랑이가

말하는 연고전

 

  연고전의 의미는 단순 운동 경기와 대학축제를 넘어선다. 고려대 응원단장 이수형(지구환경과학·17)씨는 연고전은 단순히 승부를 가리기 위한 운동 경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응원을 할 때 우리는 학번과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가 돼 즐긴다응원은 자연스럽게 대학교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연고전의 의미는 응원에서 형성된 정체성과 소속감으로부터 우러난다는 것이다. 연고전 문화를 연구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배재윤 연구원은 연고전이라는 공통된 경험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며 연고전이 단순 운동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에 동의했다. 독수리와 호랑이, 푸른색과 붉은색은 집단의 정체성을 표출하며, 각 집단을 하나로 통일한다. 연고전은 양교 구성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소속감을 부여한다.

  연고전은 양교 교류의 구심점이기도 하다. 스포츠 대항전 외에도 응원연습, 교류 행사, 뒤풀이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양교 학생들 사이의 교류가 이뤄진다. 최근에는 스포츠 대항전뿐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연고전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힙합 연고전이다. 우리대학교 중앙흑인음악동아리 ‘RYU’ 회장 조민석(ECON·19)씨는 연고전 형태에 힙합의 요소가 결합된 힙합 연고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힙합 동아리는 각각 고유한 색을 띤다격렬한 운동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악수를 하듯 우리는 힙합을 통해 교류한다고 말했다.

 

찬바람 부는 대학스포츠

여전히 뜨거운 연고전의 의미

 

  대학스포츠에서 연고전의 의미는 특별하다. 대학스포츠 리그에 찬바람이 부는 중에도 연고전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대학스포츠는 학생선수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성을 지닌 체육인을 성장시키는 장으로서 대학스포츠는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식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스포츠 발전 이후 기업스폰서와 중계방송의 관심에서 밀려나며 대학스포츠의 위상은 하락했다. 현재는 대학 구성원조차 대학스포츠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기획총괄팀 김민희 팀장은 대학스포츠의 가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은 나아졌지만, 대학스포츠 자체에 관한 관심은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고전은 찬 바람이 부는 대학스포츠 문화 재활성화의 모델이 될 수있다. 김 팀장은 대학스포츠 재활성화를 위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스포츠팀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연고전과 같은 대항전 콘텐츠가 많아지면 대학스포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고전은 좋은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연고전과 같이 학교 간 라이벌 구도를 기반으로 한 대항전은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는 대학스포츠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테두리

분명해지는 경계선

 

  하지만 연고전이 긍정적 측면만 지닌 것은 아니다.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구별 짓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고전의 공통된 경험에서 배제된 이들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갖는 경험에서도 소외된다. 장애 학생들의 참여 문제가 일례다. 배 연구원은 장애 학생들이 연고전에 참여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격렬한 응원이 장애 학생들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고현창(정외·14)씨도 이러한 문제에 동감했다. 고 위원장은 매년 장애 학생 배리어프리석 마련을 위해 논의가 새롭게 진행된다며 장애 학생 좌석 확보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구별 짓기가 학내를 넘어 사회에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고전을 통해 형성된 연고대의 정체성이 대학 서열상 위치를 공고화한다는 비판이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활동가 황법량씨는 연고전으로부터 형성된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씨는 교육 기관인 대학의 정체성은 각자의 학문적 견해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라며 단체복을 입고 연례 운동 경기를 하며 대립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연고전에서 형성된 정체성은 사회의 학벌체계를 기반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서열이 비슷한 대학 간의 경쟁 구도가 연고대와 그 외 대학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황씨는 이러한 구별 짓기를 통해 형성된 연고대 정체성이 사회에 수용되며 학벌주의를 재생산한다고 지적했다. 상대 학교를 다닐바엔 재수를 하겠다는 플래카드 구, 상대 학교에 합격한 것을 조롱하는 응원 영상은 현재의 학벌체계 가있기에 가능하다. 서로를 깎아내리는 놀이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고대의 경쟁 구도를 사회에 다시 각인하고, 두 대학의 높은 서열상 위치를 더욱 단단히 한다.

  지난 2002년 일부 고려대 학생들이 시작한 안티연고전운동은 이러한 구별 짓기에 대한 내부적 비판이었다. 경기장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방식과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응원이 장애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고대생이라는 우월의식이 신촌과 안암의 거리를 독차지하는 뒤풀이 문화를 가능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티연고전은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전통의 벽은 견고했다. 여전히 연고전은 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같은 방식의 연고전이 끝날 것이라는 아쉬운 예측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연고전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연고전을 지향하는 목소리는 높아진다. 지금의 연고전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 전통이라는 핑계만으로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연고전의 긍정적 의미를 강화하고, 부정적 측면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의 뉴연고전이 논의되길 바란다.

 

이연수 기자 hamtory@

 


 

  고려대와 연세대의 라이벌 구도. 사실 양교 학보사인 고대신문과 연세춘추에게도 해당된다. 역설적이게도 한창 양교 학생들이 자주 만났을 때는 학보사 간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 음침하게 서로의 기사만 모니터링했다. 그러다가 찾아온 고연전 취소, 부쩍 멀어진 연세대와의 거리. 그 간극을 지면에서라도 메워보고자 고대신문과 연세춘추, 연세춘추와 고대신문은 합동 취재를 기획했다. ‘고연전을 되돌아본다는 대주제를 바탕으로 각 학보사만의 개성 있는 시각과 의미를 담았다. 고대신문은 학교를 본교로 칭하고, 연세춘추는 학교를 우리대학교라 부른다. 각자 학교를 부르는 호칭부터 다른 우리, 그래도 함께 맞부딪히며 하나의 지면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고연전 특집기획도 필승, 전승, 압승할 수 있을까.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고대신문·연세춘추 합동취재팀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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