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위험관리, 자연생태계에서 해법 찾는다
재난위험관리, 자연생태계에서 해법 찾는다
  • 조영윤 기자
  • 승인 2020.09.27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자와의 티타임 (40) | 김형수(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
김형수(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재난복구에 앞선 재난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수(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재난복구에 앞선 재난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여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50일 넘게 장마가 이어졌다. 1973년 장마 통계집계 이래로, 가장 길게 이어진 장마다. 한국 평균 장마 기간인 32일을 훌쩍 넘겼다. 특히, 섬진강 유역에는 1000이상의 비가 내리며 역대 최대치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역대급 장마는 극심한 수해 피해로 이어졌다. 농촌 지역의 경우, 막대한 강수량을 버티지 못한 하천 제방이 붕괴하며 농경지와 주택가가 침수됐다. 배수가 잘되지 않아 지반이 약해진 탓에 산사태도 70건 이상 발생했다.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대전의 지하차도에서도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며 차량 탑승자와 행인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에 대해 김형수(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예견된 피해였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교수는 수해 피해를 줄이는 기술적 방안을 연구해온 방재 전문가다.

- 지난 8, 섬진강 일대에 심각한 홍수 피해가 있었습니다

  “50일 넘게 내린 비 때문이에요. 장기간 장마가 이어지며 댐 수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늘어난 물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 하천 제방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상당량의 물이 방류됐죠. 결국 제방이 무너지며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자체와 댐 하류 거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댐은 집중호우 시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대비해 홍수기 제한 수위에 맞게 미리 방류를 진행합니다. 문제는 그 제한 수위에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가 그동안 반영되지 않아왔던 것이죠. 이에, 주민들은 그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범람을 대비해 제한 수위를 낮춰 미리 물을 더 내보내고, 내보낸 물로 인해 거주지역이 침수되지 않도록 보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0년 전 수치와 비교했을 때 18% 이상 감소 중이지만, 그 대신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오는 집중 호우가 늘고 있다. 실제 자연재해 저감기술 개발사업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예측의 기준이 되는 하천의 설계강우량이 2025년에는 5%, 2055년에는 25%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 집중호우로 인해, 도시에선 지하차도가 갑자기 침수됐습니다

  “올해 부산과 대전에선 갑작스런 지하도로 침수로 인해 차량 내 탑승자와 행인이 익사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홍수 예측시스템을 통해 일정량 이상의 강수가 예측될 경우 자동으로 지하차도의입구가 차단되는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나, 현재 한국 지하차도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따로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는 도시 지하에 대규모 지하 터널을 만들어 평상시에는 관광지나 도로로 사용하지만, 홍수가 예측되면 도로를 통제하고 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사용합니다.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지하차도에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해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집중 호우 시, 물 저장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하천을 넓히는 방안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 도시에서 하천을 넓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천이 아니더라도 잠수교처럼 아예 도로를 물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추가로 생각해야 합니다.”

- 현재 수해에 대한 방재 체계는 잘 갖춰져 있나요

  “홍수를 일례로 들면, 홍수위험관리시스템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단계로 나눠집니다. 예방은 아예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선제적 방법이에요. 그 다음은 대비입니다. 비가 상당량 온다고 예측된 이후, 바깥 물건을 치우거나 집안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두는 것이죠. 대응은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복구는 말 그대로 피해를 복구하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이 네 단계 중 복구에 예산이 치우쳐 있습니다. 예방비보다 복구비에 2.5배정도 예산이 더 투입돼요. 예방에 더욱 투자를 하면 복구비도 줄어들테지만, 상대적으로 예방사업은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복구에 예산을 집중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반대로 예방사업에 두 배 이상을 더 투자해요. 한국도 재난 예측시스템 혹은 대피 훈련의 체계화 등 예방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재난 피해가 감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재난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천 수위, 유량 등 사전 계측정보가 잘 갖춰져 있다면 홍수를 미리 대비할 수 있다. 가령, 한강 홍수통제소에선 강수량을 바탕으로 홍수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활용된다. 먼저, 기상청에서 장마 기간의 강수량을 예측하면, 통제소의 예측시스템이1시간, 3시간, 7시간을 주기로 홍수량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위 예측을 토대로 잠수교나 한강공원 등이 몇 시쯤 침수되며, 언제 통제해야 할지 대략적인 시간을 분석할 수 있다.

  국가하천의 경우 계측 장비도 잘 갖춰진 편이나,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갈수록 측정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수자원조사기술원이라는 전문 기관이 있어 예전보다는 측정 자료의 신뢰성도 확보되고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지만, 예산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농촌에선 노후 저수지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수지는 단순히 농업용수를 구하기 위해 설치됐기에 홍수 조절 기능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한국엔 노후 저수지가 많아요. 한국에 있는 약 17000개의 저수지 중, 50년 이상 된 저수지가 절반이 넘어요. 노후 저수지는 집중호우 시 쉽게 범람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농경지 침수에 주된 원인이 돼요. 수해 피해를 줄이려면 노후 저수지를 보강하고 홍수가 나도 제 기능을 하도록 개선사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재난 관리에 있어 김형수 교수는 자연 원형 복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연기반해법을 이용한 재난관리와 에코 기반의 재난위험관리(Eco-based Disaster Risk Reduction)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두 시스템 모두 과거 자연 생태계의 모습을 본 따 재난을 관리하려는 방식이에요. 과거 하천의 모습이 구불구불한 형태를 띠고 있을 때는 유속이 느렸기 때문에 하천 하류의 침수 피해가 지금보다 적었어요.

  지금 도시의 하천은 제방을 쌓기 위해 인위적으로 직선화하거나, 도로를 만들기 위해 막아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천을 다시 굽이굽이 흐르도록 하거나, 교각 등 주변 시설물을 줄여야 합니다. 인위적인 시설물 없이도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피해를 줄이기 때문에, 생태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법입니다.”

- 예측할 수 없는 재난, 인간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모든 재난을 사전에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홍수를 막을 순 없더라도 홍수에 대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도록 경제, 질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 재난예방 혹은 복구작업 외에도 피해주민들에 대한 심리적인 상담을 제공하는 등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수인성 질병 관련 의료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거예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들을 잘 정비해 나간다면, 홍수에 대한 회복 탄력성도 더 좋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 조영윤기자 dreamcity@

사진 | 박상곤기자 octago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