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경계에서 외치다, “학생이자 부모인 나, 욕심인가요?”
제도의 경계에서 외치다, “학생이자 부모인 나, 욕심인가요?”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10.11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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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병행하는 부모학생들

  20대 중후반부터 30. 누군가는 취업 일선에 나가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연구기초와 방법론을 다루는 시기다. 한창 결혼과 출산, 양육에 집중할 때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육아와 일 또는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이 생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 워킹맘·대디가 된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육아를 병행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부모학생들이 있다. 학업과 육아, 이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 워킹맘대디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부모학생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부족하다.

 

  팀플에선 눈치, 가족에게 미안해

  아이를 키우는 학생으로서 학업에만 온전히 몰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부에 투자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부모가 되기 전 만큼의 학업성과를 낼 수 없다. 수업시간 외 팀프로젝트나 스터디 참가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도현미(대학원·중일어문학과) 씨는 아이가 아파 학교에서 전화가 오거나 아이들 픽업 시간대에 그룹 발표가 있을 때 곤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가정 안에선 다른 구성원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기도 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뿐더러 모든 육아를 도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병행하는 특수대학원생일지라도 일을 마치면 야간에 열리는 수업을 들으러 가 실질적인 육아는 주말에나 가능하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육아를 도맡은 배우자나 부모님께 미안하죠.” 황택주(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소프트웨어보안학과) 씨는 졸업 전까지 육아의 많은 부분을 아내가 담당해주고 있다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내, 딸과 풍족한 시간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황택주 씨와 그의 딸이다. "육아를 많이 담당하지 못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휴원하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가정 내에서 아이를 돌보며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녹화강의는 육아를 하는 데에는 오히려 수월하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경우엔 아이를 떼어두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박설현(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씨의 수업이 진행되는 오후 6시 이후는 아이의 짜증 지수가 가장 높아질 때다. 박설현 씨는 그때는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길 수밖에 없다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아이도, 맡긴 나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학교·가정 모두 집중 힘들어

워킹맘·대디에 비해 지원 미흡

캠퍼스에 보육시설 확대해야

 

  육아지원책, ‘부모학생엔 빈틈 많아

  고등교육법 제233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업·가정의 양립을 위해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성이 담긴 시행규칙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기본법에 그친다.

  정부의 임신·출산·보육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육료나 양육수당 지원 등 모든 계층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제도, 정부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와 같이 가구소득을 고려한 제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제도가 해당된다.

  정부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의 경우, 부모 모두 비취업으로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 또는 모가 학교 재학이나 유학, 취업준비에 따라 양육 부담 기준을 입증할 수 있는 가정은 지원이 가능하다는 기준이 있지만 입증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그 심사는 시군구별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입소대기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대학원생이다. 대학생은 제외되고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수료생은 해당되지 않는다. 본교 일반대학원 행정학 박사수료를 한 A씨는 박사학위 심사 통과를 위해선 졸업 후 최소 1년이 걸린다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논문을 쓰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부모학생들은 근로자성을 기준으로 지원되는 고용보험제도의 대상자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고용보험제도는 고용보험에 가입돼있거나 혹은 소득관계가 있는 대상자에 한해 시행되기 때문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대디를 중심으로 혜택이 제공된다.

  출산 및 육아 휴학은 고등교육법이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임신에 바로 휴학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손고은(대학원·교과교육학과) 씨는 임신 초기에 하혈이 심하고 유산가능성이 있어 안정이 필요했지만 학기 말에 과제가 몰리면서 휴학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본교의 경우, 학부생은 학사운영규정 26조에, 대학원생은 일반대학원 시행세칙 16조와 17조에 최장 2년의 육아휴학을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학기엔 3, 2학기엔 1명의 학부생이 육아휴학을 신청했다.

  휴학 외 별도의 육아 지원과 관련된 규정을 따로 찾기는 어렵다. 현재 SK미래관, 동원글로벌리더십홀에 수유실을 두고 있으며 본교 내 어린이집에선 교원과 교직원 자녀를 제외한 남는 정원은 대학원생에게 배치하는 수준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아이 데려올 수 있는 환경 마련돼야

  “수업이나 교수님 면담일 때,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면 데려올 수밖에 없어요.” 박사수료생 A씨가 말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여의치 않아 학교에 데려와야 하지만, 캠퍼스에서 아이와 함께 할 공간은 마땅치 않다. 쉽게 숨이 차는 임산부 학생에게도 넓고 경사진 캠퍼스와 긴 동선은 부담이다. 신수연(이화여대 작곡15) 씨는 쉬는 시간 15분 만에 다음 건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에서 열리는 수업은 매번 5분씩 지각했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 수유실, 유축실, 기저귀교환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수가 적어 동선에 포함되기 힘들다. 손고은 씨는 세미나에 종종 아이를 데리고 갈 일이 생겼는데 기저귀교환대가 마땅하지 않아 사범대 건물 근처 스타벅스 화장실의 기저귀교환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신수연 씨는 교내에 수유와 유축 시설이 마땅치 않아 복학과 동시에 단유를 하고 분유 수유를 했다고 전했다.

  부모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학내 어린이집이 있다. 공부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기에 학교에서 가까운 보육시설은 그들에겐 매우 소중하다.

  본교는 현재 서울캠에만 어린이집이 있다. 지난 529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이행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공립대학은 어린이집이 대부분 있는 반면, 설치가 의무화된 사립대학의 10%는 아직 미이행 단계다. 미이행 명단에는 본교 세종캠이 포함돼있다.

  김연화(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기적인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원생이 수업이 있는 날에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를 고려해 시간제 어린이집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업도 육아도 무엇 하나 쉽지는 않지만 부모학생들이 현재를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다. 학업에서 오는 피곤함을 이해해주고 정신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 가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부모라는 무게에서 오는 고충이 있지만 삶의 가치 역시 커진다.

  부모학생이 느끼는 가정의 행복과 학업적 성취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들만큼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학생을 위한 지원이 확대돼야 할 때다.

 

글 | 이현주 기자 juicy@

인포그래픽 | 윤지수 기자 choco@

사진제공 | 황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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