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 포섭해 번역

이해하기 쉬운 해례본 펴내

“우리 문자의 가치 알았으면”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가진 게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김유범(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현대어로 새롭게 번역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난달 10일 출간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저자 김유범 교수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세종의 서문만 떼어 당시 우리말로 해석해 놓은 부분이다. 훈민정음이라면 흔히들 떠올리는 부분이지만, 정작 훈민정음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해설을 해놓은 책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례본은 훈민정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한 제자해부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다룬 용자례까지 상세하게 기술해 놓은 책이다. 해례본을 읽는다면 훈민정음의 제작 목적과 그 원리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유범 교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일반인의 수준에 맞춰 쉽게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에 집필에 나섰다. 해례본의 원본은 전부 한문으로 쓰여있어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한 기존 책들은 모두 학자 중심에서 쓰여 번역마다 차이가 크고 시각도 치우쳐진 경우가 많다“40여 개의 기존 번역을 참고하고 그것들의 장단점을 비교해가며 번역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집필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어학 외에도 다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번역에 참여했다. 해례본이 성리학과 중국의 성운학, 한문학에 기반을 두어 집필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해례본을 쉽게 이해하려면 조선 건국 당시 철학인 성리학과 중국 한자음에 대한 연구학문인 성운학의 내용을 최대한 풀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글의 가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오늘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양의 명품을 사용하며 만족하고 좋아하지만, 한글을 쓰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우리가 쓰는 글자가 얼마나 진정한 명품인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학, 문자학적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한글이지만 정작 매일 이를 접하는 우리가 한글의 우수성을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 송정현 기자 lipton@

사진제공 | 김유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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