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909호는 그래도 고연전 특집호였다. 정기전이 취소됐음에도 고대신문과 연세춘추는 특집호를 나란히 냈다. 연세춘추도 연고전 특집호를 준비하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 하는 것부터 시작해 정기전을 하지도 않는데 어떤 콘텐츠를 채워 넣을 것이냐 하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고대신문도 고연전 특집호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많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고대신문 1909호는 특별히 눈여겨봤다.

  1909호는 고대신문 특유의 유연함이 돋보인 특집호였다고 평하고 싶다. 이전부터 고대신문을 지켜보며 유연하고 기동성 있다고 느꼈다. 지면의 디자인부터 기사의 길이나 아이템 선정, 새로운 기획 콘텐츠 등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가볍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아왔다. 이번 특집호 1면은 중앙에 과거 고연전 사진들을 DB에서 꺼내와 배치하고, 헤드를 왼쪽에 세로로 박았다. 그리고 그래도 고연전 특집호를 설명해줄 소개글 같은 짧은 기사를 넣었다. 전체적으로 도전적이고 과감한 1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도는 특집호에 아주 적절했다. ‘정기전이 취소됐는데 왜 특집호가 나가야 해?’라는 질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학교 소식이나 기자의 인사이트를 읽을 수 있는 면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기존 12면을 그대로 가져가는데 고연전 특집으로 여러 면을 채우고, 심지어 마지막 12면은 추석 기획으로 소비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 담장을 넘은 핫이슈, 종합감사에 대한 심층적인 시각이 추가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미 기성 언론에서 다룬 지적사항을 다시 정리해주는 기사 하나가 전부다. 사회 기사도 하나밖에 없다. 고연전, 추석 등의 이벤트로 12면을 채워 넣은 과감함이 한편으론 기존 독자들이 원했던 콘텐츠는 오히려 부족하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힘을 들이더라도 16면으로 증면했다면 특집면과 기존 운영하던 면 사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대신문 1909호와 연세춘추 1859호 제작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다. 양 신문사가 협업해 특집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알아가고 배워갔다. 제작 도중 고대신문의 판을 받아보고는 와 새롭다하는 생각이 들어 바쁜 와중에도 꼼꼼히 뜯어보게 되더라.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언제나 자극을 주는 고대신문. 고대신문의 유연함을 응원한다.

박제후 연세춘추 편집국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