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21, 연평도 근처 바다에서 어업지도를 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실종됐다. 이튿날 저녁, 그는 실종 장소에서 약 38떨어진 이북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살해당했다. 정부 대처의 적절성, 피해자의 월북 가능성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쟁이 진행 중이다.

  내게 국가란, 시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공공재의 공급자다. 물론 항상 국가의 역할이 온전하게 작동하진 않는다. 행복 추구권, 평등권 등 기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생명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최우선 권리다.

  2016, 내가 새내기였을 때 세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로 시끄러웠다. 초유의 비선실세 사태로 국민이 국가권력의 주체임이 부정당했고, 국민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에 분노했다. 결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이는 국가가 국민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직접 공권력 행사의 주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 정부는 시민들의 큰 기대 속에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번 사건을 그 당시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평도 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이 현 정부가 정치 논리에 사로잡혀 자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인 것은 틀림없다.

  대통령의 저서 제목처럼 결국 사람이 먼저다.’ 하지만 여당은 피해자의 개인사까지 드러내며 자신들의 당위성을 얻기 위해 바쁘고, 야당은 책임론만 이야기하며 논쟁을 위한 논쟁만 벌이고 있다. 이는 절대 사람이 먼저인 상황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였다면, 가장 먼저 망망대해에서 북한의 총격에 사망한 희생자에 애도를 표해야 했을 것이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구시대적인 보고-명령-실행체계는 일부 권력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국민의 생명을 맡기고, 늑장 대응만 이뤄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 일선에서 선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법 제정에 그치면 안 된다. 만약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발생한 문제상황이라면, 책임질 사람을 찾기보다 시스템 정비 방안을 먼저 찾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상급자의 눈치만 보는 사회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당쟁을 멈추고 하루빨리 진정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임동휘(정경대 통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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