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급물살 탄 ‘수시채용’, ‘경험’을 앞세워라
코로나로 급물살 탄 ‘수시채용’, ‘경험’을 앞세워라
  • 신용하, 이성혜 기자
  • 승인 2020.10.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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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공개채용 폐지를 선언했다. 국내 10대 그룹 중 현대, LG, SK 5개 그룹이 이미 공채를 폐지하거나 단계적 축소를 결정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국내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시채용만 진행한다는 응답이 대기업 기준 작년 16.7%에서 올해 60%까지 상승했다. 수시채용을 주로 진행하던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시채용 비율도 증가했다. 공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시채용 전환의 핵심은 적시에 적재적소의 인재를 뽑는 것이다. 공채와 달리 필기시험 비중을 줄이고 직무 이해도와 능숙도 등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평가한다. 공채 축소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경제 악화에 따라 심화되고 있다. 교육이 필요한 신입보단 즉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찾는 것이다. 조명현(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공채 진행 시 수억의 비용이 발생한다직무 중심의 유경험자 내지는 직무 능력자를 채용하면 내부 교육비용도 줄일 수 있어 수시채용을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수시채용에 느껴

  사람인, 잡코리아 등의 취업포털에 올라오는 신입 채용공고를 보면 몇 년 이상의 경력이 조건으로 따라붙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력직 선호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경력이 없는 20대 취준생의 취업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

  2019년 공채 폐지를 선언한 LG전자의 경우, 사업장에서의 30세 미만 신규 채용률이 201761.4%에서 공채를 폐지한 지난해 44.2%로 하락했다. 반면 30세 이상의 신규 채용률은 38.7%에서 55.9%로 증가했다.

  20대 채용률 감소에는 코로나로 인한 채용규모 감축도 한몫했다. ‘인크루트에서 대기업 상장사 15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0년 하반기 대기업 기준 채용규모는 전년도보다 30.6% 감소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에 다국적 대기업들도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3.5%였던 실업률이 지난 9월엔 7.9%로 높아졌다. 가장 높은 실업률을 기록했던 4, 14.4%까지 증가하자 GE 애비에이션, 우버 등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취업절벽을 마주한 청년 취준생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나민영(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12) 씨는 코로나에 수시채용 변화까지 더해지며 불안한 상황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수시채용은 곧 안뽑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몇 명을 뽑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서류합격통보를 받기까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민영 씨는 이번 하반기에 수시채용 지원을 했는데 두 달이 넘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채용시장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잡코리아에서 4년 대졸 신입직 취준생 24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8%의 응답자가 채용시장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시기를 놓치면 지원할 수 없거나 정해진 지원 시기가 있는 공채보다는 오히려 연중 모집을 하는 수시채용이 더 낫다는 것이다.

  경희대 졸업 후 대기업 입사를 목표하는 김민우(·26) 씨는 연중 쉬지 않고 입사 지원을 할 수 있어 에너지를 분산할 수 있다. 취업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가도 수시 채용의 증가가 취업준비 방식에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취업컨설팅 업체 ‘RBC 컨설팅이제우 대표는 취업준비 방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경력이 있으면 더 존중받는 것은 언제나 그랬고, 여전히 스펙은 필수적이다. 오히려 연간 채용이 진행되는 지금이 더 효율적이라 말했다.

경험에 집중, 직업인식 전환도 필요

  공채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던 인재 채용 방식이다. 한국의 공채는 1957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능력 있는 고른 인재를 등용한다는 관점에서 공채 문화가 형성됐다.

  공채 폐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변화다. 1980년대에는 기업의 성장에 따라 빠른 인력 공급이 필요했기에 대규모로 일괄 공채를 진행했다. 하지만, IMF 이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이에 직무에 특화된 인재를 찾는 수시채용이 등장했다. 인턴사원제도 이 시점에 활성화되며 2010년까지 인턴채용이 늘어나는 변화가 있었다. 2010년대에 들어선 검증된 인력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맞춤형 채용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공채는 폐지수순에 다다랐다.

  수시채용으로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선 출신학교, 자격증보다는 생산적인 경험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인턴채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명현 교수는 그간 수시채용을 하지 않아 많은 인턴을 뽑을 필요가 없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생각해 기업이 인턴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해양대 기계공학과 15학번인 A씨는 활용도가 높은 전공이지만 원하는 기업의 인턴 공고를 찾기 힘들었다고 했다.

  또한, 물리적 개념의 직장이 아닌 직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국취업진로학회 김홍유 명예회장은 일을 하는가 안 하는가로 관점을 옮겨와야 한다물리적 공간의 비즈니스 형태가 더욱 사라지는 상황에서 근무장소를 찾을 것이 아닌, 어떤 일을 할지가 중요한 요소임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 신용하·이성혜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 임승하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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