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시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엄밀한 명칭은 ‘물리적 거리두기’다. 개인 간 2m의 간격이 심리적 거리를 뜻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E. Park)도 이를 ‘개인과 개인, 집단 간의 관계를 특정 짓는 친밀도’로 규정했다.
하지만, ‘사회’가 포괄하는 여러 의미는 ‘사회적 거리’를 곧 관계의 공백으로 규정하게 만들었다. 만나는 빈도, 대화의 온기가 줄어들자 사람들은 거리 둠에 우울을 느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암담하다는 ‘코로나 블랙’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거리’가 그간 인간에게 무의식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침해당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일정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T.Hall)은 저서 에서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상황에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정적인 거리를 지켜왔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사람마다 느끼는 거리의 정도는 주관적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에게 집중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이들도 있다.
‘거리 두기’의 시대를 정의하는 것도 개개인의 몫이다. 우울일지, 안식의 시간일지 판단하는 건 당신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도 무수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훨씬 더 황홀한 삶이 전개될 것이다. 차이와 거리를 사랑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전부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했다. 인생을 영위하는 데 여전히 필요한 우리의 거리를 사진으로 담았다.
양태은 기자 aur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