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총장 정진택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대학이 강의를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생활공간인 캠퍼스를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초유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학생들이 오지 않는 적막한 캠퍼스에서도 고대신문은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며, 학교 곳곳에 매주 신문을 배부하여 대학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언론의 소명을 다하는 학생기자들과 주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맞이한 고대신문 창간 73주년은 역사에 남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고대신문은 1947113일에, 자주독립의 열망과 기쁨이 넘치던 민족의 대학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의 힘으로 창간했습니다. 국내 대학신문의 효시로서 고대신문은 고려대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며 자유·정의·진리의 고대정신을 견지해 왔습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를 지나오기까지 한국사회의 발전과 대학사회의 성장, 그리고 미디어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고대신문은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며 발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2020년은 인류사의 대전환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넥스트 노멀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비대면 교육환경을 경험한 대학사회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생존의 갈림길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더욱 엄혹해진 환경이지만 고려대학교는 한국의 최고 명문사학을 넘어 인류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이끄는 세계 50대 대학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더욱 더 노력해야 합니다. 시대적 소명을 담당할 창의적 미래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의 혁신을 거듭하며 넥스트 노멀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려대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고 지혜를 모아나가는 공동체의식이 더욱 중요합니다.

  코로나 사태는 고려대학교의 오랜 전통이자 문화인 친밀한 대면관계를 통한 끈끈한 정을 메마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입학한 20학번은 비대면 대학환경에서 고려대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고대다움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적 공백은 고려대학교가 지난 115년간 이어온 학풍과 일체감을 단절시킬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힘으로 창간하고 학생사회를 대변해온 고대신문은 고려대의 전통과 공동체의식을 지켜야할 사명이 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대학의 문화, 학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다할 때, 고대신문은 고려대학교의 또 다른 혁신을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고대신문은 정론직필하는 대학언론으로서 대학과 대학사회의 폐해는 과감히 지적하면서도 안팎의 편견과 왜곡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범람하면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입니다. 유행에 쉽게 휩쓸리고 타인을 의식하여 올곧은 판단을 내세우길 두려워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납니다. 고대신문은 청년의 열정과 지성인의 예지를 발휘해 통찰력 있는 대학언론이 되어야 합니다.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대학언론의 역할을 다해온 고대신문은 언제까지나 고려대학교와 고대인의 자부심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고대신문을 이끌어 오신 역대 주간 교수님과 학생기자들, 그리고 고대신문에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주신 학생과 교직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창간 73주년을 맞아 대학언론의 미래와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고대신문으로 부단히 발전할 것을 다짐하며, 코로나 시대에 모든 고대인들이 강건하시길 소망합니다.

 
고려대학교 총장 정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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