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돈
고대신문동인회장 

 

  소주 나발식과 함께 고대신문과의 동행은 시작됐다. 그리고 40년간 직진. 신문 세상 밖으로 핸들을 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대신문의 중독성은 종교보다 강하고, 심장의 떨림은 첫사랑보다 강렬하다.

  고대신문에 입사한 지 40년이 됐다. 고대신문은 가족이고, 스승이고, 연인이고, 친구다.그 절대 인연이 일흔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축하해, 사랑해, 라는 상투적인 인사말로 끝내기엔 우리 관계가 너무 깊고 길다.

  그 지난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안 물어봐도 안다. 더 거칠어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건지는 물어봐야 한다. 학익진, 삼사법, 분신술 등등의 해법을 제시하며 험한 미래의 다리가 돼 주어야 제몫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간단치 않다. 신문 밥을 30수 년째 먹으면서 종이매체의 위상이 초음속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신문 구독가구 비율이 20여년 사이에 70%(1996)에서 7% 이하(2019)로 떨어진 마당에 이순신, 손빈, 손오공을 불러온다 해도 묘수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전 어느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이버대학 총장 한분이 중요한 얘기를 했다. “일반 대학들이 설마설마 하는 사이에 사이버대학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 때문에 겪는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들 애써 자위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조차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신문 얘기를 하다가 웬 대학 이야기냐고? 신문과 대학 공히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녹슬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종이와 대면 강의라는 각각의 플랫폼이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다가오는 속도와 크기를 몰랐던 것이다. 코로나라는 핵폭탄을 맞고서야 우리는 알았다. 미래는 낭만열차를 타고 오는 게 아니라 미사일을 타고 온다는 사실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대통령선거 하루 전인 112일자 표지 로고를 창간 97년 만에 바꿔서 화제다. ‘TIME’ 제호를 표지 오른쪽에 작게 내리고 대신 ‘VOTE’를 그 자리에 올렸다. 이번 미국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걸 본 신문사 동료가 말했다. “그런다고 누가 사볼까?”

  경사스러운 날에 자폭 발언을 할 수 있는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80주년에 떡 벌어진 잔치상을 차리기 위해선 변신을 준비해야 한다. 2027, 이름만 빼고 다 바뀐 고대신문과 만나리라.

 
고대신문동인회장 금교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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