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표방한 진짜. 유튜브 예능<가짜사나이>는 올 하반기에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콘텐츠였다. 지난 7, 시즌 1의 첫 방송부터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한 <가짜사나이>는 순식간에 한국 미디어 시장의 공룡 콘텐츠로 성장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커버린 탓인 걸까, TV와 스마트폰만 켜면 나오던 공룡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유튜브로 성장한 <가짜사나이>는 유튜브로 망했다. 유튜버 김용호와 정배우의 폭로로 시작된 출연진의 스캔들이 결정타를 날렸다. 누가 누굴 나무라는지 모르겠는 김용호-이근의 대립과 이것까지 보여줘도 되나?’ 싶은 정배우의 폭로. 결국, 정배우의 무책임한 방송은 로건 부부가 임신한 아이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유튜브의 연예 저널리즘이 만든 비극적인 결과였다.

  우리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TV나 신문보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기자 역할을 하겠다는 일부 개인 유튜버들의 콘텐츠는 어떠한가. 자극적이면 일단 주목받는 현실에 중독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이들이 공개하는 내용이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가짜사나이> 교관들의 과거를 떠나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사생활 침해와 선정적인 보도는 디지털 교도소와 뭐가 달랐을까. 알 권리를 주장하며 선을 넘은 가짜는 가짜를 잡아먹었다.

  잊힐 만하면 반복되는,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단번에 몰락하는 유튜브. 세상은 요지경이고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가 생각난다.

  유튜브 저널리즘의 엄청난 성장을 불러온 게 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보여준 실망감과 낮은 신뢰도가 더 클 것이다. 기성 언론이 수행하지 못하던 역할을 유튜브가 대체하는 저널리즘 환경이 지금과 같은 문제를 불러왔다.

  창간 73주년을 맞은 고대신문도 이번 학기부터 유튜브를 새롭게 시작했다. 레거시와 뉴미디어 중간에 놓인 기자 본인과 고대신문의 고민 역시 깊어져 간다.

박상곤 기자 octagon@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