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에 역병이 창궐했다. 질병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몸서리쳤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그 계절, 코로나 팬데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감염시킨 역병은 코로나만이 아니었다. 신체의 전염병이 아니라 정신의 전염병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포데믹(infodemic)이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으며 자라났고, 국민들을 보이지 않는 공포로 몰아넣었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무지에 기인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보를 원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 달리, 정보는 공포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되려 과했기 때문이었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우리의 눈을 가렸고, 소음이 우리의 귀를 멀게 했다. 소위 가짜뉴스는 불안을 타고 전파되었고, 이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무지를 안겨주었다. 정보를 알지 못해 생기는 무지의 너머엔 정보를 믿지 못해 생기는 무지가 있었다.

 질병에 대한 무지는 공포를 낳았지만, 불신에 의한 무지는 편향을 낳았다. 국민들은 더는 정보의 진실됨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믿고 싶은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언론은 이 요구를 수용했다. 이제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는 기관에서 선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누군가의 거짓은 타인을 비난하게 했고, 누군가의 거짓은 위험을 간과하게 했다. 각각의 집단은 서로에게 창칼을 세웠으며, 자극적인 속보로 경쟁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경쟁이었다.

  2020년 한국 언론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역사 속의 언론들이 탄압에 맞서며 이 땅에 나타난 것처럼, 이제 그들은 거짓에 맞서 자신의 성숙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유에 지금까지보다 더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론은 성숙해질 것이고, 사회는 그들을 다시 신뢰할 것이다.

  문제는 이 시험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증명이 늦어질수록, 사회는 언론을 불신할 것이다. 사회의 불신이 늘어날수록,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책임의 크기는 커질 것이다. 만일 언론이 너무 커져버린 책임을 버티지 못한다면, 그들은 살기 위해 그 책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숙해지길 포기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양치기 소년의 최후뿐이다.

권순욱(사범대 국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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