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 ‘과도한 공포 조장이라는 인식이 38.8%를 차지했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비교적 약했기 때문일까? 아직까지 바이러스의 변이나 심각성, 전세계 확진자 추이 등을 알리는 보도들이 공포를 조장한다고 비난받는다.

  ‘기레기라는 멸칭은 고유명사가 되었다. 혐오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지고, 기자의 신상은 인터넷에 나뒹군다. 공포 조장처럼 알맹이 없는 비평이 만사(萬事)가 되어버린 게 어색하지도 않다. 민주주의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이성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 사람들은 입맛 따라 정파 따라 기사를 읽는다. 그러면서 일부를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다. 기사라도 읽는다면 다행인데, 헤드라인과 공감순 댓글만 읽고선 미디어를 비평한다. 정작 언론에는 관심이 없다.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파편화, 개인화하는 흐름에 발맞추지 못했다. 모두 워크맨채널처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삼호어묵’, ‘진인 조은산등 가명의 글에 환호가 넘치는 건 언론인들이 부끄러울 일이다. 지난 8월 기자협회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기자는 46.4%로 절반이 채 안 된다. 국민이 언론을 신뢰하느냐는 항목에선 72.2%의 기자가 그렇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위해 정보 제공 역할을 맡아야 할 이들이 위축돼 있다. 권위주의가 무너져도 권위마저 무너져선 안 되는데, 신뢰는커녕 권위까지 잃어버린 지금의 한국 언론이다.

  언론 신뢰도 세계 주요 40개국 중 4년 연속 40위다. 언론이 현명한 시각을 제시할 때이다. 공익을 위한다지만 언론도 산업이고, 정파적 보도로 클릭수를 꾀하는 걸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취재 윤리와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틀리면 나 몰라라하는 건 피해야 한다. 진중권, 김어준의 말을 비판의 근거로 쓴다고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는다. 문제점을 언론에만 돌려도 안 된다. 언론의 자유는 현존하는 위험이 따를 때 제한할 수 있다. 가짜뉴스, 진짜뉴스를 국민이 판단해서 언론을 위축시키면, 권력에 잡아먹히는 건 결국 국민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대처에 필수적인 직종으로 경찰, 의료진 등과 함께 기자를 포함했다. LA타임스 퀘이크봇, AP통신 워드스미스 등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나 싶었던 기자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상식이 여론으로, 불합리가 결과로 이어지는 요즈음의 대한민국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비상식이 여론으로 불합리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언론의 역할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김동현(문과대 일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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