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들은 크게 보아 생활 서정을 담은 시들과 연시풍의 단시들과 인생론적 수필 취향의 작품들로 나뉘었다. 국문과나 문창과의 습작생들이 쓴 듯한 세련된 작품들도 소수 섞여 있었다. 어느 정도의 성취를 전제하고 말하자면 응모작들의 단처(短處)는 사고의 혼란, 감정 과잉, 그리고 부정확한 언어에 있는 듯하다. 앞으로 이를 수습해 나가는 것이 습작 과정의 과제일 것이다.

  <임동>은 오래된 만화영화를 소재로 인물들의 선악관계를 뒤집는 역발상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겨냥하는 바가 불분명했다. 사실적 묘사와 비사실적 진술을 섞고는 있으나 그 경계와 틈새에서 낯선 느낌과 의미를 발생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말을 더 줄이는 가운데 생겨나는 행간의 여백을 더 믿어보았으면 한다. <불쑥 서글퍼졌다>는 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들과 인물을 동시에 관찰해 묘사하는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길게 묘사했는데도 왜 동물원은 흐린 그림을 이루는 걸까. 대상을 엄격히 선택하고 시선에 깊이를 더했으면 한다. <수묵>은 자연물을 펼쳐놓은 전반부가 다소 장황하지만, 사진 촬영의 순간들을 재기 있는 상상력으로 변형해 미묘한 감흥을 선사한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도 보이듯 지적인 사유에서 길어 올린 아이러니의 구사가 능숙하고, 또 매력적인 문장을 쓴다. 하지만 우리 시사의 어느 시인을 너무 강하게 환기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발상과 문체를 표 나게 수용하는 것은 개성의 확보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2의 이상(李箱)을 넘어 어떤 최초의 시인을 향해야 할 것 같다.

  고심했으나 당선작을 고르지 못했다. 시는, 지금 시라고 믿는 말들의 모음을 헤쳐서 새로이 찾아내는 빛이나 샛길 같은 것이다. 대학 문학상이 낙점하고자 하는 작품 수준은 일반 신인문학상 당선작의 수준과 멀지 않다. 응모작들은 저마다 개성적인 성취를 보여주었으나 상이 설정한 기대치를 채우거나 넘지는 못한 것 같다. 아쉬움을 전하며, 응모해주신 분들의 정진을 빈다.

이영광 본교 교수·미디어문예창작학부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