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랬어, 함께니까 괜찮아

신선·허진이 보호종료아동 캠페이너 인터뷰

 

  “너 고아냐?” “부모 없냐?”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욕으로 통용된다. 부모 없이 시설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동정과 연민이라는 틀에 가두기도 했다.

  하지만, 만 18세에 ‘보호종료아동’으로 시설에서 나와 성인이 된 ‘아이들’은 이제 그 틀을 부수고자 한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을 테니 자신을 가두지 않기 바랍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세상에 없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 캠페인에 참여해 자립정보 제공, 고민 상담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캠페이너 신선(남·28), 허진이(여·26) 씨의 용기 있는 외침을 들어봤다.

 


신선 캠페이너가 '신선 프로젝트'를 위한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중이다.

 

  “나 보육원에서 자랐어.” 이 말을 꺼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회에서 이미 수많은 거짓말을 해왔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시느라 바쁘고,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워 내 삶에 참견을 잘 안 하시는 편이라고. 처음 한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 자괴감이 느껴질 때도 많았다.

 

  신선ㅣ있는 그대로 밝히고 싶어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밝힐 수 없었습니다. 저를 보는 시선이 무시 혹은 동정으로 변할까봐 두려웠거든요.”

 

  두려움을 무릅쓰고 스스로 사실을 밝힌 건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시련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다른 보호종료아동 선배들은 만류했다.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고아를 온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아. 고아라고 밝히면 취업도 어려워지고, 차별도 심할 텐데, 그 차별을 감당할 수 있겠어?” 하지만, 차별이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면 그간의 인식이 깨지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용기를 내 직접 나섰다.

 

  신선ㅣ차별이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적어도 제가 자립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했어요. 누구도 나서지 않으니 이 굴레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차라리 제가 나서서 바꾸겠다고 결심했죠.”

 

 

  결심을 시작으로 신선 씨는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참여해 신선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보호종료아동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프로젝트 주제 선정,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직접 관여한다. 프로젝트 주제는 당사자 미디어. 팟캐스트, 유튜브, 네이버 카페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채널별로 자신의 어릴 적 보육원에서의 성장 과정을 들려주거나, 보호종료아동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신선ㅣ이전까지는 세상에 나온 보호종료아동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받았던 것 같아요.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되고, 위로를 받았다는 보호종료아동들의 댓글도 많이 봤습니다. 댓글을 보며, 직접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 미디어 채널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동자립전문가라는 직업을 스스로 만들었다. 아동자립전문가를 자처해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멘토링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관련 사업을 정비할 때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보육원에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통해 필요할 때 바로 도움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시설에서 나오면 지원받는 방법이나 자립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자립은 결코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신선ㅣ처음 보호종료아동으로 세상에 던져졌을 때, 내 편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뒤돌아보니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나, 친구, 동생들까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여러분을 응원할 테니 자신을 주위 시선에 가두지 말길 바라요!”

 

글 | 조영윤 기자 dreamcity@
사진제공 |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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