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의 ‘키다리 아줌마’를 꿈꾸다
보호종료아동의 ‘키다리 아줌마’를 꿈꾸다
  • 조영윤 기자
  • 승인 2020.11.08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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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경험자 강연 이끄는 허진이 캠페이너

우리도 그랬어, 함께니까 괜찮아

신선·허진이 보호종료아동 캠페이너 인터뷰

 

  “너 고아냐?” “부모 없냐?”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욕으로 통용된다. 부모 없이 시설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동정과 연민이라는 틀에 가두기도 했다.

  하지만, 만 18세에 ‘보호종료아동’으로 시설에서 나와 성인이 된 ‘아이들’은 이제 그 틀을 부수고자 한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을 테니 자신을 가두지 않기 바랍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세상에 없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 캠페인에 참여해 자립정보 제공, 고민 상담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캠페이너 신선(남·28), 허진이(여·26) 씨의 용기 있는 외침을 들어봤다.

 


허진이 캠페이너가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자립정보를 제공하는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어렸을 적 읽은 키다리 아저씨책에 대한 기억이 좋았다. 부모 없이 시설에서 자란 주디를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 사실 그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다. 스무 살, 첫 대학 수업을 위해 탔던 지하철에서 마주친 보육원 선배. 그에게 마음으로 함께 하는 가족이 돼주겠다고 했다. 거처를 마련해주고, 예쁜 옷 입고 다니라며 옷도 사주고, 집밥도 차려줬다. 그의 아빠를 자처하는 평생 잊지 못할 진짜 어른이었다.

  그도 같은 처지의 보호종료아동에게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줌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사회에 나와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은 계속됐다.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것투성이라 누군가를 돕기엔 부족한 게 많아 늘 미루기만 했던 꿈이었다. 그러던 중, 자립의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알게 됐다.

 

  허진이 ㅣ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는 멤버 중에는 여전히 힘든 자립 생활을 보내는 친구들이 많아요. 장학금을 얻기 위해 밤새며 공부를 하고, 생계유지가 빠듯해 아르바이트도 계속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죠. 그래도 세상에 홀로 던져질 후배들이 기죽지 않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뜻을 모았습니다. 지금의 삶이 풍족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시간을, 마음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프로젝트를 희생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허진이 프로젝트는 자립 경험자 7인의 강연으로 구성된다. 후배들의 건강한 자립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당사자 7인이 모여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슬로건 아래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자립이라는 단어는 보호종료아동에게 무엇이든 홀로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해야할 것들에 골몰하느라 정작 하고 싶은 일은 고민도 못 하는 아이들에게 경험과 정보를 알려주며 응원의 손길을 더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허진이 ㅣ 보호종료아동들끼리 자립은 정보전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제대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립 생활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설 퇴소 후, 자립 생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어른은 잘 없어요. 스스로 정보를 찾지 않거나, 인적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는 아동은 소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아이들을 위해 강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그는 보호종료아동 앞에 연민의 대상’, ‘탈선등의 수식어가 더는 붙지 않았으면 한다. 자립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려 하는 아동들도 많다. 허진이 씨는 보호종료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자신의 상황에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진이 ㅣ 고아의 삶에는 슬픔과 좌절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저도 한때는 그런 슬픔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것 같고, 뭐든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오래 했었죠. 하지만 그 속에서 좌절이 아닌 특별함을 찾아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명절에 만날 가족이 없다는 것보단, 남들이 멀리 떠나야 할 때 나는 마음껏 쉬거나 여행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는 거죠!”

 

글 ㅣ 조영윤 기자 dreamcity@

사진제공 ㅣ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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