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확대에도 여전히 막막한 ‘18세 어른들’의 홀로서기
지원 확대에도 여전히 막막한 ‘18세 어른들’의 홀로서기
  • 조영윤 기자
  • 승인 2020.11.09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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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부담으로 우울감 높아
상담 등 심리적 지원도 중요
자립지원 전담인력 늘려야

  건강상의 이유로 만 18세가 되기 전 시설을 퇴소했던 박지애(·21) 씨는 보호종료 아동들의 자립을 돕는 커뮤니티 케어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기댈 사람도 없고, 자신을 인도해 줄 어른도 없다는 불안. 갑작스레 닥친 사회생활에 눈앞이 캄캄했다. 박지애 씨는 1년 먼저 퇴소했다는 이유로 자립 정착금을 받지 못했고, 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LH 주거지원,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조기퇴소자들에게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실이라며 만기퇴소자가아닌 조기 퇴소 아동들에게도 자립정착금을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씨는 학창 시절 선생님의 차별적 발언, 주변 친구들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괴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보호종료아동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을 잘 밝히지 않아요.”

 

  매년 약 2500명의 아동이 외로운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육원 등의 아동양육시설, 일반인·조부모등에 의한 가정위탁, 5인에서 7인의 보호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에서 지내는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나와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장애·질병 등의 사유가 있는 아동의 경우 20세 미만인 경우에 한해 1년 이내 보호를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자립해야만 한다.

  아동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자립정착금, 주거통합관리 등 국가적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재정적인 지원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관심에 있다. 아동들은 지원금을 받아도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당장 통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자립에 관한 사소한 질문조차 할 곳 없이 갑자기 어른이 됐다고 보호종료아동들은 토로했다.

도움 청할 곳 없고, 우울감 높아

  “집에 불이 날 뻔했을 때, 도움을 구할 곳을 찾지 못해 당황스러웠어요. 연락할 어른도 없었고, 정확하게는 집안 전기와 관련된 문제였기에 어떤 관공서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결국, 제가 전화 한 곳은 친구였습니다.” 2018년 시설을 퇴소한 이후, 보호종료 5년 차에 접어든 신선(·28) 씨는 퇴소 직후 사소한 일에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이 없었다는 사실이 가장 막막했다.

  보육원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사회복지사들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줬지만, 퇴소 이후 갑작스레 혼자가 돼버려 사소한 문제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곧 결혼 2주년을 앞둔 허진이(·26) 씨도 보호종료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허진이 씨는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줄 사람이 없고, 잘못된 방향으로 삶이 흘러도 잔소리해줄 어른이 없다는 사실이 불안했다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홀로 어른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웠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은 시설 퇴소 후 익숙했던 곳을 떠나고, 의지할 어른이 없다는 불안으로 인해 심리적 위축이나 우울증을 겪는 등 정신적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박동진(한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를 받는 동안에는 시설이든, 사회복지사든 아동을 보호하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보호종료 이후에는 혼자서 삶을 꾸려나가야만 한다이제 막 자립하게 된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감,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립 과정에서 무기력증, 불안감을 호소함에도 퇴소한 아동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꼽히기도 한다. 보호종료 후에도 상시 연락을 통해 사회복지기관에서 아동에 대한자립지원, 사후관리를 할 수는 있으나 아동이 연락처 변경 후 재등록하지 않거나, 연락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기관에서 아동의 상황을 알 방법은 거의 없다.

지원 확대에도 불안은 여전

  보호종료아동을 돕기 위한 재정지원정책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 운영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2020년 아동분야 사업안내에선 퇴소 직후 아동들에게 자립정착금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한다. 작년부터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자립수당 제도도 시행되며 매월 30만 원의 생활비가 지급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시행하며 이들에게 임대료 지원 및 개인별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LH에서는 수시모집을 통해 매입임대주택 400호를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박은미(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평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LH에서 400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최근 아동주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의 여건에 따라 상이한 편이다. 일례로, 대학에 입학하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지원금인 대학생활안정자금은 지자체에 따라 금액이 다르게 지급되거나, 예산상의 문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9년 기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서울은 300만 원, 인천은 200만 원을 지원했으나 광주, 충북, 충남 등의 지역에선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법적으로 5년 이내의 보호종료아동들에겐 자립을 관리하는 사례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관련 예산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관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신선씨는 이 문제는 해당 규정이 아동복지법상 권고사항으로만 명시돼있고, 지자체의 입장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한다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법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정착됐는데 한국도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법안을 따로 마련해 위의 제도들이 제대로 시행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립요원 늘리고 상담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들이 지원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아동의 상황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동진 교수는 우선 자립정착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아동들이 자립정착금을 기초로 실제 자립생활을 위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자립교육, 자립요원 배치 확대 등 아동의 자립을 돕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보호대상아동이 시설에 있을 때부터 구체적인 자립지원계획을 세우고, 자립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에는 아동들이 보호종료 이후에 완전한 자립이 가능하도록 배치된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양육시설이나 아동보호치료시설에는 아동 10명당 자립지원 전담요원 1, 100명 초과 시 1명을 추가해야 한다. 자립전담요원한 사람이 많은 수의 아동을 담당하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은 어렵다. ‘자립지원 전담요원의 확대와 전문성 강화가 요구된다. 박은미 교수는 반드시 모든 시설에서 자립지원 업무를 내실 있게 전담하도록 인력을 늘리는 등 충분한 인력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자립을 맞닥뜨려도, 전담요원과 같은 조력자가 있다면 아동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것이다.

  보호종료아동의 정서·심리적 지원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한국상담심리학회와 연계해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자립을 목적으로 심리·정서적 지원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소수의 아동에게 한정된 기간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선 씨는 올해를 기준으로 3월에 약 40명을 모집한 것이 심리상담 서비스의 시작이자 끝이었다보호종료아동이 겪는 심리적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지 발생하고 있기에 보다 장기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조영윤 기자 dreamcity@

인포그래픽 | 은지현 기자 silver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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