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권
중앙대 교수
정치국제학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시간 1111일 현재 개표가 95%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전체 투표수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7640만 표,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7170만 표 정도 득표하여, 두 후보가 각각 50.7%47.6%의 득표율을 보여주었다. 총투표수는 앞으로 개표가 계속 진행되면 많을 경우 거의 16000만 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투표수가 증가할 경우 투표율 역시 투표연령인구(voting age population: VAP)를 기준으로 볼 때 2016년의 54.8%를 가볍게 넘어 60% 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 후보 모두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동원한 1, 2위 후보가 되는 셈이다. 그만큼 유례없이 치열했던 선거였다.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듯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관심의 초점은 뉴딜 이래 민주당의 아성이었으나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간발의 득표율 차이로 쟁취한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등 블루월(Blue Wall) 3개주를 과연 바이든 후보가 되찾음으로써 승리할 수 있을지의 여부였다. 그런데 위스콘신, 미시간주에 이어서 펜실베이니아주의 최종 선거결과가 발표되면서 바이든 후보는 이 3개주를 모두 되찾아 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CNN 등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2016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가 획득한 232명의 선거인에 이들 3개주의 선거인 46명을 더 보태고, 이어서 네브라스카 제2선거구(선거인 1)까지 획득하여 현재 279명의 선거인을 획득하여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를 보면 중서부의 블루월 지역을 이제 더 이상 민주당의 안정적 지지기반으로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지난 대선에 이어서 이번에도 블루월 3개주에서 양대 후보 간의 접전 혹은 초접전 양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스캐롤라이나 북부경계를 시작으로 서쪽으로 연결한 위도의 아래 지역에 해당하는 선벨트(Sunbelt) 지역 역시 공화당의 아성으로 당연시할 수 없게 되었다. 선거전부터 경합주로 분류되었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물론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역이었던 조지아, 애리조나주 등에서 접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미국 대선은 미국의 양극화 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는데, 이는 다양한 출구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NBC 방송의 출구조사에 의하면 백인 유권자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비백인 유권자의 72%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였다. 여기에 학력을 더해서 보면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의 64%가 트럼프 대통령을, 그리고 비백인 대졸자의 71%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자료를 함께 고려하면 한편으로는 고졸 이하 저학력 백인 유권자 대 다른 한편으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 소수인종 유권자 및 대졸 이상 백인 유권자 간의 지지후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의 경우 인종평등이나 코로나19 대처를 가장 중요시한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반면, 경제나 범죄대처 및 치안을 중요시한 유권자들은 절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여 이슈의 측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현저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양극화와 관련하여 이번 대선은 미국 사회가 앞으로 당분간 미국은 누구의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백인과 소수인종 간의 지속적인 갈등이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이전 바이든 후보의 일방적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가 모두 빗나간 것은 무엇보다도 백인 유권자의 결집 및 투표 참여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러한 백인 유권자의 결집과 동원은 유럽에 뿌리를 둔 국가인 미국이 다양한 소수인종에 의해서 침식당하고 있다는 백인의 불안과 피해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트럼프 이후에도 유럽계 기독교 국가로 미국을 규정하려는 백인 민족주의와 이에 맞서서 다원주의와 다양성을 미국의 핵심으로 보려는 세력 간의 싸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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