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문과대 교수·심리학과
고영건 문과대 교수·심리학과

 

  좋은 교육에 대한 정의는 많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교육학자들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교육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교육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 쉽다. 왜냐하면, 그 어떤 훌륭한 스승도 학생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최고의 교육적 효과는 바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학은 이러한 교육 효과를 얼마나 거두고 있는 것일까? 심리학자 로저스 엘리엇(Rogers Elliott)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미국 대학의 경우 과학, 기술, 그리고 수학(이하 STEM: Science, TEchnology, Math)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 과반수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으로 전과한다. 문제는 STEM 학위를 끝까지 마치는 학생과 중도탈락 학생 간 차이가 재능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대학 신입생들의 입학 시 수학성적과 STEM 학위 취득 비율은 사실상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 중 입학성적 기준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학생들, SAT수학 과목에서 800점 만점에 평균 753(100점 만점에 약 94)을 받은 학생들 중 약 53%가 성공적으로 STEM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하버드 대학에 비해 신입생들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도가 낮은 대학에서도 STEM 학위를 취득하는 패턴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하트윅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 중 입학성적 기준 상위 3분의1에 해당하는 학생들, SAT 수학과목에서 800점 만점에 평균 569(100점 만점에 약 71)을 받은 학생들 중 약 55%가 성공적으로 STEM 학위를 취득하였다.

  로저스 엘리엇과 동료들의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하버드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 중 입학 성적 기준 하위 3분의1에 해당하는 학생들, SAT 수학 과목에서 800점 만점에 평균 581(100점 만점에 약 73)을 받은 학생들은 약 15%만이 성공적으로 STEM 학위를 취득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하버드 대학 신입생들 중 입학성적 기준 하위 3분의1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하트윅 대학 상위권 학생들에 비해 STEM 학위를 취득하는 비율이 3분의1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지적인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 두 집단의 STEM 학위 취득 비율에서의 차이(40%)는 결코 재능의 문제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러한 결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 교육 방향과 관련해서 세 가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첫째, 대학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로저스 엘리엇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학생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있게끔 해주지 못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둘째,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대학에서 입학 시 세웠던 목표(학위취득)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지적인 잠재력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 경쟁, 시간 관리, 교수들과의 관계 등 진학 이후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심리적 역량도 중요하다.

  셋째, 효과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적으로 우수한 잠재력이 지닌 신입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해내는데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공해주는 심리·사회적인 지지(psychosocial support)’. 어느 대학이든지 상대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에 대해서는 심리·사회적인 지지를 잘 제공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하위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더 필요한 심리·사회적인 지지를 제공해 주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학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는 개인 맞춤형 심리·사회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적어도 기술적으로 개별 학생의 심리사회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참교육의 비밀은 학생을 존중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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