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
‘지방’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
  • 조민호 취재부장
  • 승인 2020.11.16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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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의 티타임 (43) 마강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팽창’ 대신 ‘압축’ 택해야 생존

초광역권으로 통합하고

거점도시는 주변 끌어안아야

베이비부머 귀향 시 새 기회 열려

마강래 교수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융복합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비수도권 공간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강래 교수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융복합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비수도권 공간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지방의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 인구가 줄어들면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살면 좋지 않을까? 지난 1027일 만난 마강래 교수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인구가 빠져나가서 점점 듬성해지다 보면 도시에 깔려있는 도로, 상하수도, 문화시설의 효율성이 굉장히 낮아지게 됩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지는데 유지관리비는 계속 투입되니까요. 그렇다고 기반시설을 없앨 수 있을까요? 못 없애죠. 주민들이 사는데.” 그렇게 지방 중소도시들은 정부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린다.

  2040,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기초지차체의 30% 정도는 인구감소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이 표현을 파산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파산 상태에 가까운 30%의 도시들로 인해 온 나라가 휘청거릴 것이다. - <지방도시 살생부> 중에서

- 지방도시가 쇠퇴하는 메커니즘이 궁금합니다

  “옛날에는 원도심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어요. 도시가 점점 커지면서 원도심이 강해지고, 외곽으로 갈수록 밀도는 낮아졌죠. 그런데 도시 외곽이 계속 개발되면서 이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도심은 땅값이 비싸고 소유권도 복잡하니까 공동주택 같은 게 들어가기 힘들잖아요. 이해관계가 별로 복잡하지 않은 도시 외곽의 땅이나 논밭을 개발해 공동주택을 올린 거죠.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는 인구는 거의 없는데 원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새로 택지개발한 곳으로 빠져나가니까 원도심이 점점 어려워졌죠.

  원도심이 어려워지는 걸 보고 사람들은 당황해서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고 이야길 하는데, 원도심이 살아남으려면 어디가 죽겠어요. 외부 지자체에서 인구를 끌어오지 않는 한 도시 외곽에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죠. 이런 제로섬게임 현상이 벌어지는 게 지방 도시들의 현실입니다. 어느 지역을 특정해서 힘들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거의 100%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으니까 점점 지방도시가 듬성해지는 거죠.”

- 정주 환경이 잘 갖춰진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의 하한선은 어느 정도인가요

  “서울은 정주 환경이 굉장히 좋은 공간이에요. 거주하고, 일하고, 노는 것. 이 삼박자를 다 갖췄죠. 여기에 의료, 교육 기능까지 다 융복합돼 있으니까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공간이 된 겁니다. 지방은 이 정도로 융복합돼 있지 않아요. 군급 지역에선 병원이나 영화관이 없는 지역도 많고요. 인구가 25만명에서 30만 명 정도 되면 생활 인프라 중에서 응급의료시설이나 백화점같이 아주 위계가 높은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인구 30만 명이 깨져버리면 인구가 하방압력을 받아요. 동네에 백화점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하는 거죠. 인구가 더 줄면 비교적 위계가 낮은 시설도 빠져나가고, 그러면 인구가 더 줄어드는 거예요. 영화관은 배후인구가 15만에서 20만 명, 종합병원은 20만 명은 있어야 해요. 스타벅스 같은 경우는 10만 명입니다. 서울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없겠지만, 인구 10만 명이 안 되는 군급 지역에서 스타벅스가 있는 곳은 관광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많지 않아요.”

  2019년 기준, 전국 스타벅스 매장 1339곳 가운데 수도권에만 830개가 있다. 인구 10만 이하의 도시 82곳 가운데 스타벅스가 하나라도 입점한 지역은 8곳밖에 없다. -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중에서

- 지방소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압축도시전략을 설명한다면

  “인구가 자꾸 빠져나가서 도시가 듬성해지니까 주민 1인당 세출이 엄청 커져서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기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된 거죠. 이때 남아있는 인구가 공간적으로 빽빽하게 모여 살면 생활 인프라나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되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이동하는 공간인 교통의 결절점을 중심으로 해서 주거시설, 공공시설, 의료시설 등을 가능한 그쪽으로 몰아서 배치하자는 게 압축도시의 개념이에요. 시설을 따라 인구가 자연스럽게 재배치될 수 있도록 간접적인 유인을 하자는 겁니다.”

- 국토균형 발전 정책에서의 균형은 수도권과 맞짱뜰 만한 지방 대도시들을 키우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모든 지자체가 아닌 일부 거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가요

  “226개의 지자체를 다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좋죠. 하지만 예산 제약하에서 가능한 대안일까요? 모든 지역이 다 잘 사는 건 정말 꿈 같은 거죠. 국토균형 발전에서 잘못 생각하는 게 있어요. 개인이나 가구에 대한 정책은 평등하게 들어가는 게 맞아요. 각각이 가지고 있는 존엄의 무게는 똑같으니까요. 공간은 이런 귀한 인간들이 쓰는 수단입니다. 수단을 평등하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제가 말한 전략은 집적의 이익을 제대로 뽑아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애초에 이익이 발생해야 소외되는 사람들도 챙길 수 있습니다. 모든 지자체가 예산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서 결과적으로 하향평준화하는 공간전략은 맞지 않는다는 거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거점을 제대로 개발해서 인프라와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외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연계 전략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기본적인 공간정책의 방향이 돼야 합니다.”

- 공간정책이 낙수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처럼 이해됩니다

  “그렇죠. 사실은 이에 대해 비판이 많았어요. 압축 전략을 써서 거점이 생기면 소외되는 나머지 지역은 어떡하냐, 산업화시대부터 거점 전략을 썼는데 거점만 발전하고 나머지는 어려워지지 않았냐. 지금도 일종의 거점인 수도권이 다 독식하고 있잖아요. 거점을 통해서 낙수효과를 내야 하는 건 맞아요. 문제는 이때까지의 거점개발방식이 거점만 키우는 정책이었다는 거였어요. 원래 거점정책은 주변지역과 연계가 이뤄져야 해요. 하지만 그동안은 상생전략 없이 거점개발만 있었어요. 거점이 문제가 아니라, 거점을 운영하는 방식이 문제였던 거죠. 주변지역의 에너지를 빨면서 성장한 거점은 주변지역과 연대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대책임을 못 지게 하는 구조예요. 행정구역이 분리돼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광주가 발전하면서 주변지역 인구를 흡수해요. 광주에 사는 젊은 층은 수도권에서 흡수해가죠. 그래서 광주 대도시권이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인구 폭포처럼 주변 시골지역의 젊은 인구를 흡수한 다음 수도권에 뺏기는 거죠. 문제는 광주가 주변지역의 에너지를 빨아들였다는 겁니다. 그러면 광주는 주변지역과 연대책임을 가져야죠. 그런데 그런 구조인가요? 지금 광주와 전남은 서로 경쟁하고 있어요.

  상생의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광역적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주변지역이 다 도시처럼 발전할 필요는 없어요. 농촌적 성격을 제대로 갖고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 돈은 거점개발에서 나와야 하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는 당연한 걸 못했던 거예요. 행정구역이 가로막고 있어서요.”

  이에 마강래 교수는 광역자치단체를 통합한 초광역권단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울+경기+인천>,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북+충남>, <광주+전남+전북>, <강원>, <제주>. 행정구역을 통합해 탄생한 초광역 지자체는 광역적 시각에서 압축과 연계전략을 세워 큰 도시에서 발생한 이익을 작은 도시로 이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부울경 메가시티론, 이철우 경북지사의 대구경북 통합론과도 맞닿아있는 제안이다.

-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선호에 따른 수도권 쏠림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는 반응도 있던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겁니다. 인구 규모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 정도 돼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84명입니다.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도 공간적인 쏠림현상 때문에 나타나요. 서울 평균 집값이 10억 원인데, 정말 좋은 직장을 가져서 일 년에 50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해봅시다. 번 돈을 전부 저축하면 20년이 걸려요. 하지만 20년 후에도 집값이 10억 원일까요? 서울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고, 오려고 하는 대기 수요도 점점 많아지니까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니까 젊은이들이 후대를 기약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인 거죠. 결혼을 늦게하거나 아예 포기해버려요.

  반대로, 지방은 인구가 헐렁해지고 기업들도 빠져나가니까 미래를 기약하기가 힘듭니다. 자식을 낳아도 경쟁적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대도시권을 키워서 수도권과 지방이 전반적인 균형을 이루게 하고, 지방에서도 서울에서 누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게 만들면, 수도권 압력이 빠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방분권은 지자체 간 격차를 더 벌린다고 지적하셨다

  “지방분권, 특히 재정분권이 이뤄져서 지자체가 스스로 걷을 수 있는 지방세의 비중이 높아지면 부자 지자체들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지자체는 예전보다 더 거둘 수는 있어도 상대적으로 부자 지자체보다는 늘어나는 속도가 더 느리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어디를 더 선호할까요?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져 있어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와 인구 3만 명 도시가 같이 분권을 하면 부자 지자체로의 쏠림현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어요. 격차가 너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보정해줄 수 있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거죠. 당연히 지방에 자치권 줘야죠. 하지만 지방이 자치권을 확보하고 내생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도 굉장히 크다는 겁니다.”

- 현재 세종시 인구가 대략 35만 명입니다. 정부 부처와 고려대 세종캠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들이 입주해있어 유리한 점이 많음에도, 경기도 광주시와 유사한 인구 규모입니다. 세종시로 인구가 더 많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종시로 인구가 더 유입되지 못하는 건 일자리 때문이에요. 도시가 성장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일자리입니다. 일자리가 있으려면 기업들이 와야 하죠.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과 행정부의 기능을 옮겼잖아요. 대한민국에서 행정기능이 가장 집중된 곳이죠. 그런데 세종시에 그 이외의 일자리가 갔나요? 세종시 하면 바로 생각나는 기업이 있나요? 기업이 안 간 거예요. 행정기능을 수행하는 인구와 더 좋은 정주환경을 찾는 주변지역의 인구, 딱 거기까지가 한계예요.

  행정기능을 옮겨서 도시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어요. 일자리를 좇아 사람들이 이동하고, 사람들이 오면 문화·행정기능이 따라가는 거예요.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도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포항, 창원, 군산, 울산 같은 거점도시들이 발전했던 메커니즘을 보세요. 산업이 먼저 갔어요. 다른 문화·행정기능은 오지 말라 해도 사람이 모이면 가요.”

- 지방도시가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라 산업구조가 굉장히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수도권이 굉장히 유리한 입지예요. 이른바 혁신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조건은 인재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인재들은 융복합된 공간을 선호해요. 일하다가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 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 전문분야 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공간. 서울은 그게 가능해요. 비수도권에서는 기업들이 그런 인재들을 모으기 힘드니까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지자체가 기업들을 유인하려 해도 가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 유치를 두고 구미와 용인이 경쟁했던 적이 있어요. 구미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했고, 용인의 제안은 훨씬 안 좋았어요.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용인으로 결정했죠. 그러면서 자기네 인력의 50% 이상이 연구개발인데 구미에선 그 인력을 뽑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일하는 것 외에도 다른 기능들도 필요로 하다 보니까 혁신인재들이 수도권에 모여 있는 거죠. 비수도권에 산업생태계를 제대로 만들려면 혁신인재가 선호하는 공간적 조건이 무엇인지 이해가 필요해요. 그래야 기업들이 갈 수 있어요. 일자리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융복합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비수도권 공간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법인세 인하해준다고 기업이 오는 시대는 갔어요.”

- 보통 도시 소멸을 이야기할 때 주요변수는 청년층입니다. 청년이 떠나면 도시가 죽고,청년이 돌아와야 도시가 산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교수님은 최근 저서에서 <베이비부머가떠나야 모두가 산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712만 명 정도예요. 여기에 2차 베이비부머(1968년부터 1974년까지)와 그 중간에 낀 출생자까지 합하면 총 1685만 명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3분의 1이에요. 문제는 1차 베이비부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55년생이 올해부터 65세로 편입돼요. 65세가 된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완전한 은퇴를 의미합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매해 거의 80만에서 100만 명씩 고령인구로 편입될 거예요.

  이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층과도 연관돼있어요. 이촌향도 과정에서 올라온 베이비부머들이 지금 수도권에 엄청 많아요. 이들이 은퇴 후에도 도시에 남아있으면서 부동산 보유를 늘리니까 집값이 내려가지 않고, 결과적으로 젊은이들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감소는 부산과 같은 맥락이 아니에요. 서울 인구는 밀려나는 거고, 부산 인구는 김해나 양산 신도시로 이동하는 겁니다. 서울에 살고 싶은데 살 수가 없어서 경기도로 가는 거죠. 베이비붐 세대의 20%만 지방으로 내려가도 서울 집값이 확 내려갈 겁니다. 베이비부머의 귀향을 촉진하면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을 어느 정도 둔화할 수 있을 거예요. 집값이 내려가면 청년이 도시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겁니다.”

조민호 취재부장 domino@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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