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은 애 어른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문은 애 어른을 가리지 않습니다”
  • 최낙준 기자
  • 승인 2020.11.16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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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아동자치센터 꿈미소 스케치

  플라타너스 낙엽이 지는 조그만 2차선 도로. 골목을 들어가니 내팽개쳐진 네발자전거 위로 어색한 표지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기리울 경로당아동자치센터 꿈미소’. 9일 오후 4시 경에 찾은 건물은 꿈미소를 품은 아이들을 맞이할 채비를 막 마친 뒤였다.

  서울 강동구가 경로당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꾸민 꿈미소는 어르신들이 귀가한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아동 전용 공간으로 운영된다. 옛날 동네 정미소에서 쌀을 얻듯 이곳에서 미소를 얻어 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

꿈미소 1호점을 찾은 아이들이 응원의 카드를 만들고 있다.
꿈미소 1호점을 찾은 아이들이 응원의 카드를 만들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누구지? 안녕하세요.” 떠들썩한 목소리가 문을 넘어 들리자 자전거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다. 꿈미소 1호점을 찾은 길동초 학생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마다의 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널찍한 내부에는 미니 당구대, 보드게임, 닌텐도 Wii 등의 오락거리가 즐비했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안마의자와 운동기구들은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여기 그대로가 원래 어르신들이 쓰는 공간이에요.” 1호점 길잡이교사 신은경 씨는 매일 이곳을 미리 찾아 공간을 재구성한다.

  오후 930분 아이들이 모두 귀가하면 신은경 씨는 닌텐도 Wii와 보드게임을 벽장에 넣어 보관한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물품들은 제자리에 놓는다. 아이들이 앉아서 노는 바닥 매트는 그대로 어르신의 방석이 된다.

  인근에는 길동초등학교 등 학교 3개가 있어 학생이 많이 다닌다. 또 길동 복조리시장이 옆에 있어 어르신들도 자주 찾는다. 김지은 센터장은 강동구가 아동복지에 노력을 쏟았지만 아동시설은 대부분 재개발이 이뤄지는 시 경계에 생길 수밖에 없었다시 내부에 공유 공간을 모색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꿈미소는 점점 늘어나 현재는7호점 개소를 앞두고 있다. 지역주민과 경로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열어 사업의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물론 경로당을 다니는 어르신과의 마찰도 있었다. 김지은 센터장은 아이들과 잘지내는 어르신이 많은 경로당이 있고, 언제 갈지만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은 경로당도 있다경로당 별로 의사가 결정되는 과정이 다양해서 구청에서 조율하는 데 품을 굉장히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이제는 경로당이 가지는 장점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김민기 선임길잡이교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오가기 쉬운 장소에 경로당이 있어 아이들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이 공원과 붙어있는 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이 가끔 와서 어떤 곳인지 물어본다해가 지거나 갈 데가 없을 때 아이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쉬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내에서도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마련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내에서도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마련했다.

 

아동보호가 아닌 아동자치로

  “(옆에 동생)랑 닌텐도 하는 게 제일 재밌는데, 지금 30분 중에 15분밖에 안 남았어요.” 길동초 5학년 이승기 군은 게임 제한시간을 못내 아쉬워했다.

  선임길잡이교사 김민기 씨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걸 물으니 게임이 나왔는데 그걸 그대로 수용했다며 멋쩍게 말했다. 현재는 활동적인 게임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꿈미소만의 장점이다. 꿈미소에서는 아이들의 인적사항을 별도로 수집해 관리하는 등록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알아서 시간을 적고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사실을 잘 아는지 아이들은 출입시간을 자연스럽게 적고 문을 오갔다.

  김지은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 등록을 원하지 않는 부모가 굉장히 많은데 그렇게 방임되는 아이들도 여기에선 편하게 있을 수 있다아이들도 선생님이 부모하고 연결되지 않은 걸 아니까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아이를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은 점에 지역주민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친구나 부모에게 따뜻한 말을 카드로 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이승기 군은 닌텐도를, 3학년 박채은 양은 공주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그림 잘그리는데!” 김민기 씨에게 칭찬을 들은 박 양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김지은 센터장은 아동자치에서 자치가 의미하는 건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는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 필요한 것을 그려내고 계획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꿈미소의 아동·청소년 자치회 꿈쟁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꿈쟁이들은 성내동의 가로등 추가 설치를 제안했다. 관공서가 많은 성내동은 저녁에 유동인구가 없어 쉽게 어두워진다. 가로등을 확충해 본인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에 힘써보겠다는 생각이다.

  김지은 센터장은 아이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면 우기는데,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제안을 한다아이들이 동네 주민참여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소한 경험이 모여 시민참여에 대한 교육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낙준 기자 choigo@

사진남민서 기자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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