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 속에서 복지는 더욱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사회적 약자는 더욱 소외됐고 고립됐다. 대면 접촉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복지를 멈출 순 없었다.

  사회복지사들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지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도전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나고, 새로운 규칙이 쓰이고 있다.(유발 하라리)’ 태화샘솟는집 유튜브 대문에 걸린 영상의 첫 문장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복지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는 태화샘솟는집의 문용훈 관장,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의 김지현 과장을 만나 그간의 노력을 물었다.


 

온택트 복지위해 영상 출연에도 솔선수범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 인터뷰

문용훈 관장은 “사회복지사에겐 계속해서 변화할 사회에 맞게 복지 사업을 바꾸고 계획하는 민첩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월 말, 코로나가 창궐하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비대면 복지를 구축한 복지관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태화샘솟는집이다. 2월 말부터 6월까지 운영했던 다양한 비대면 복지 프로그램과 개선점까지 상세히 정리한 자료집도 제작·배포해 비대면 복지의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안정적인 비대면 복지 서비스 운영을 이끈 든든한 버팀목이다.

 

  - 전례 없는 상황에 막막하셨을 것 같습니다

  “처음 비대면 복지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직원들이 과연 저게 될까 싶었다고 해요.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다들 확신이 없었겠죠. 그럴수록 저와 부장이 더 밀어붙였어요. 아침에 낸 안건은 꼭 그 날 저녁에 보고하도록 하다 보니 속도가 점점 붙었어요.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실제 회원들이 일상생활을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실효가 있다는 걸 직원과 회원 모두 체감했던 것 같아요.”

 

  문 관장은 사회복지사들이 영상 제작을 배우는 데에 드는 비용과 인프라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회원들의 경우엔, 2G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도록 했고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임대해 제공하거나 데이터가 부족하지 않도록 데이터를 보내는 방안도 고안했다. 자체제작한 영상에 나오기 꺼려하는 직원들을 대신해 본인이 적극적으로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저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관장이 먼저 망가져 보자라는 마음으로 영상에 출연했죠.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 ‘온택트(Ontact) 복지 자료집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 비대면 복지와 관련된 회의를 했을 때부터 빠짐없이 모든 회의 내용과 사업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촬영했어요. 덕분에 온택트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게 된 배경, 과정 및 내용, 회원 소감, 직원 소감, 개선점으로 나눠서 세세하게 정리할 수 있었죠. 6월에 발행된 온택트 복지 자료집은 무료로 배포했고 지금은 홈페이지에 올려놨어요. 비대면 복지를 진행하는게 어려운 복지관들이 조금이나마 참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자료집을 보고 해외 복지관들의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저희는 코로나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 비교적 비대면 복지를 빨리 시작했지만, 아예 처음 시행해보는 복지관들도 많았을 거예요.”

올해 6월 발행된 태화샘솟는집의 코로나19 사회복지실천사례집 ‘온택트(Ontact) 사회복지’
사진제공│태화샘솟는집

 

  - 온택트 복지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온택트 사업 중 심사숙고해서 진행한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사회복지사들의 직관적인 판단으로 진행한 것들도 있습니다. 처음 비대면 복지를 시작했을 때 직원들이 느끼기에 필요한 것들은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기라고 말했어요. 지금은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사회복지사의 즉각적인 판단이 중요하고 또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대면 복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간 문 관장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직원들의 건강이다. 사회 복지의 특성 상 가정 방문과 같이 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때도 있기에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에게 출장 갈 때 꼭 페이스 고글과 장갑, 때로는 방호복까지 입으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독감 주사는 전체 직원이 다 맞을 수 있게 지원해 줬답니다. 돈 많이 들었어요.(웃음)”

  문 관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복지계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온택트 복지도 정답은 아니죠. 상황에 따라서 계속해서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과거의 경험에 뒷받침된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중요해 질 것입니다. 제 목표는 태화샘솟는집의 직원들이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게 생각하도록 지원하고 격려해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는 것입니다.”

 


생활공간에 다가가는 ‘스마트’한 밀착 복지

김지현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인터뷰

김지현 과장이 4월 ‘한나래유치원과 함께하는 남부스마트복지센터 봄 선물 나눔사업’에서 원아가 만든 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코로나 이후 이용자가 복지관으로 찾아오는게 아닌 찾아가는복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거리가 멀어 복지관을 찾아오기 힘든 지역에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주민 공간에 거점을 두는 스마트 복지관형태가 각광받는 이유다.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남부스마트복지센터의 김지현 과장에게 스마트 복지관에 대해 물었다.

 

  - 스마트 복지관은 어떤 형태로 운영 되나요

  “처음에는 사회복지사가 복지관과 멀리 있는 지역에 파견을 나가서 업무를 진행하고 돌아오는 이동 복지형태로 사업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왕복하는 시간이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져서 지역 내에 비어있는 공간에 사무실을 얻고 거점형 복지관을 운영하게 된 거죠. 임시 공간이기 때문에 사무실안에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마을 내에 주민 공간을 빌리거나 방문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찾아가는복지사업이라고도 불립니다.”

 

  남부스마트복지센터의 사무실은 아파트 단지 내 마을 도서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 주민의 생활을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어 그들의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은 북부와 남부 두 곳에 스마트복지센터를 두었지만 추후에는 동부에도 한 곳을 추가 설립해 더욱 주민에게 밀접한 복지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 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의 경우는 어쨌거나 임시 공간이기 때문에 복지 사업을 진행할 때는 마을 내에 다른 유휴공간을 섭외해야 합니다. 매번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게 가장 힘든 점이죠. 공간을 제공해 주실 수 있는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스마트 복지센터 복지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소위 발품 파는 거죠.(웃음)”

 

  육체적 노동량이나 업무 피로도도 일전 복지관에 있을 때보다 높아졌다. 센터별 인원이 적다 보니 각 복지사마다 업무가 분리돼있지 않고, 한 복지사가 모든 종류의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가 많다. “남부스마트복지센터에는 다섯 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어요. 원래 복지관은 사례 관리, 지역 조직화, 서비스 제공 이렇게 세 가지의 부서로 나눠져 있는데, 스마트복지센터의 경우 적은 인원을 세 부서로 나누면 비효율적이잖아요. 그냥 한 명의 복지사가 세 가지의 업무를 경계 없이 진행하다보니 자연히 업무가 늘었습니다.”

 

  - 스마트 복지 사업의 전망을 예측한다면

  “처음에 남부스마트복지센터의 인원은 세 명이었어요. 차츰 거점형 체제의 복지관에 대한 주민들의 선호도 높아지고 사업의 성과도 좋다 보니 두 명의 사회복지사를 더 파견하게 됐습니다. 사무실도 원래 처음 있었던 곳에서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길 수 있게 지역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요. 앞으로는 파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스마트 복지센터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봐요. 주민들의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9월 말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자 남부스마트복지센터도 10명 이하의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전시회, 밀키트 배달 등의 비대면 복지 서비스도 계속해서 이어간다. 20일 오후, 김 과장은 김장 행사를 끝마쳤다. 오랜만의 대면 행사에서 온 에너지를 쏟은 듯, 김 과장의 목소리는 쉬어있었지만 웃음 만발이다. “실제 필요로 하는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더 많이 관찰하고 친밀해 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승은 기자 likeme@

사진박소정 기자 choco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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