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해도, 얼굴 보고 온기를 전해야 ‘복지’다
만나지 못해도, 얼굴 보고 온기를 전해야 ‘복지’다
  • 이승은 기자
  • 승인 2020.11.22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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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복지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약 드시면 뽀뽀해드릴게요.”

안아주세요, 할머니!”

어르신이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보급한 AI 로봇 ‘효돌’을 사용하고 있다.

 

  AI 효도로봇 효돌이 보급된 원주의 한 독거노인 가정이다. 8, 원주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은 코로나19로 우울감과 고독감을 느끼는 독거노인을 위해 AI로봇 효돌’ 55대를 가정에 보급했다. 식사와 약 복용시간을 알려주고, 어르신의 움직임이 장시간 감지되지 않으면 소리를 낸다. ‘뽀뽀포옹등 다양한 패턴의 애교 섞인 언어를 구사하며 손자손녀처럼 어르신들의 말동무 역할을 한다.

  “시장 보고 돌아오면 효돌이가 할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라고 인사를 해줘. 예전에는 집에 돌아오기도 싫었는데, 이제는 효돌이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오게 된다니까.(웃음)” 효돌과 함께 생활하는 최모(·80) 씨의 이용후기다.

 

  복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복지관 단위에서 진행하던 대면 위주의 복지 서비스가 무력화됐다. 이용자와 사회복지사간 정서 교감 중심의 대면 복지가 행해졌던 코로나 이전의 복지. 코로나 이후, 복지기관이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회원관리부터 서비스 전달 방식까지 체계 전반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른바 비대면 복지로의 변화다.

 

  화상으로 비대면 복지 실현

  정신질환자 중점 복지관인 마포구 태화샘솟는집2월 말 정부 권고로 복지관 문을 닫았다. ‘태화샘솟는집김민수 사회복지사는 셧다운이 기한 없이 이어지다보니 정신질환 증세가 심해진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첫 휴관 때는 임시로 회원들에게 매일 안부 전화를 돌렸다. 전화로 증상과 식단을 모니터링 했지만 전화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이어 네이버 밴드(BAND)’리모트미팅(Remote Meeting)’ 앱을 이용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얼굴을 대면한 상태에서 점검을 진행했다. 김민수 사회복지사는 직접 대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을 보고 소통하니 훨씬 효율적이었다회원들이 집에서도 풀어지지 않고 각자의 계획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지금도 하루 두 번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면으로 진행하던 교육 및 건강 프로그램은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 샘튜브에 정기적으로 업로드 중이다. 문용훈 관장과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영상에 등장해 운동법을 알려준다. 2020410일자 샘튜브에는 관장님과 함께하는 요가교실이 업로드됐다. 문용훈 관장은 운동 코치가 나오는 것보다 회원들이 익숙한 관장이나 사회복지사가 나와야지 회원들이 친밀감을 가지고 열심히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태화샘솟는집의 유튜브 채널 ‘샘튜브’에 업로드된 ‘관장님과 함께하는 요가교실’ 영상

 

  월곡종합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김지하 대리는 독학으로 영상 제작을 배웠다. 덕분에 대면으로 진행되던 분기별 바자회를 온라인 바자회형식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다. 홈쇼핑 형식을 따서 사회복지사가 쇼호스트로 화면에 나와 후원받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7월부터 꾸준히 올라온 영상은 공동체 내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월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7월부터 ‘온라인 바자회’를 진행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끊겼던 후원금도 다시 모이고 있다. 김지하 대리는 지난 3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이라는 이름의 웹드라마 제작에도 도전했다. 김대리는 어르신들이 저희 얼굴을 보고 한 번이라도 웃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웹드라마 제작으로 영상 편집도 손에 익어 이후의 영상은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면지원 멈춰선 안 돼

  하지만, 온라인에 익숙지 않거나 디지털 정보격차가 있는 이용자들은 비대면 환경으로 이동한 복지 인프라를 이용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집에 와이파이가 설치돼있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일부 복지관에서는 코로나 국면이 완화되는 시점에서 제한적으로 대면 서비스를 재개한 경우도 있다.

  복지관 직원들이 개별 가정을 방문하는 서비스 형태도 코로나 이후 주목받고 있다. 복지관 공간에 집단이 모여 서비스를 받는 구조가 종래 형태였다면, 거점형 서비스는 주거공간에 이동형 거점을 두고 사회복지사들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남부스마트복지센터의 경우, 아파트 등을 돌며 아동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 비어있는 공간을 대여해 인근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신용규 사무총장은 비대면 온라인 복지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분명 존재하기에 이들을 위해선 전통적 방식의 대면 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남부스마트복지센터에서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퀴즈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직접 지원이 어려운 경우, AI 로봇,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가정에 접목해 밀착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이 독거가정에 보급한 효돌서비스가 그 예시다. ‘효돌은 와이파이가 아닌 통신사 개통을 거쳐 데이터를 전달받는다. 와이파이 없는 가정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더욱 심해질 양극화 대비해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급히 준비한 결과물이기에, 비대면 서비스에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현시점에선 대면 프로그램을 일부 진행할 수 있지만, 언제 다시 복지관이 셧다운될지 모르는 일이다. 비대면 복지와 대면 복지가 효율적으로 병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사회복지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영상에 대해 교육받고, 교육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기에 추가적인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 박은희 사회복지사는 온라인 프로그램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복지관 이용자에게 온라인 기기 사용법에 초점을 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신한 비대면 복지 서비스를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하 대리는 비대면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복지사업 자체의 성향이 비대면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고갈된 상황이라며 각 지역의 복지관이 모여 비대면 복지를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비대면에서도 사회복지사와 이용자 간의 정서적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 물적 지원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감정을 보듬는 것이 사회복지 서비스의 취지이기에 화상회의로 소통하거나, ‘도시락 전달등의 수단으로 제한적인 접촉을 이어나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의 장기화로 더욱 심해질 양극화에 대비해 복지관의 계획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 신용규 사무총장은 눈 앞에 놓인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코로나 속에 양극화될 사회를 생각해야 한다복지관의 도움을 필요로 할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likeme@

사진제공태화샘솟는집,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 월곡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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