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스타트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창업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취업 대신 자신의 비전을 지접 실현할 수 있는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을 이뤄낸 선배 스타트업 창업가 우종욱 대표와 박기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모티콘의 한류열풍이 목표

넷플릭스·사진 앱까지 진출 예정

작가의 지속적 창작 활동 돕고파

박기람 대표는 "이모티콘은 작가의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돕는다"고 말했다.

 

  이모티콘(emoticon). 감정을 의미하는 ‘emotion’과 유사 기호를 의미하는 ‘icon’의 합성어다. 바야흐로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도래한 후, 이모티콘은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 소통하는 현대인들에게 온라인 채팅 속 톡톡한 감정표현 수단이 됐다. “외국은 생각보다 이모티콘 문화가 우리나라만큼 발전해있지 않아요. 오히려 움짤을 더 많이 쓰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유학길에 올라 5년간 영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박기람 대표는 귀국 후에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외국인 친구들과 연락을 이어갔다. 친구들은 갖가지 GIF 파일의 움짤을 보내왔다. 하지만, 박대표 입장에선 움짤에서 표현하는 감정들이 그리 와닿지 않았다. “온라인 메신저 환경에서는 분명 이모티콘이 더 효과적이에요. 한국의 이모티콘 문화를 수출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박기람 대표의 작은 아이디어는 20176월 설립된 이모티콘 플랫폼 기업 스티팝(Stipop)’으로 거듭났다. 스티팝은 북미 시장을 겨냥한 기업으로, 작가들이 일련의 절차를 거쳐 스티팝 앱에 이모티콘을 등록하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작년에는 스냅챗,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B2B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스티팝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제공해 자체 이모티콘 제작이 어려운 메신저 앱에서도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0일 박기람 대표를 만나 이모티콘으로는 미처 다하지 못한 대화를 나눴다.

 

  - 스티팝의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제대 후 들어간 창업 동아리에서 아이템을 구체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동창인 조준용 공동대표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블로그를 통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세션을 여는 등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노력했어요. 작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사업 방향을 잡아 나가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구인·구직 글을 올려 팀원을 구한 것도 생각이 나네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내년 하반기에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왔던 미국 현지팀을 꾸리려고 해요. 한국 팀은 개발을 주로 담당하고, 현지에서는 세일즈 및 콘텐츠 소싱 팀을 만들어 역할을 나누려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모티콘 활용 범위를 넷플릭스 프로필이나 카메라·영상 앱까지 넓히는 등 시장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창작 열정 꽃 피워 무한성장 꿈꾼다

  스티팝은 작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믿는다. “결국 작가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작가들에게 열일할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한다면 그들이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 것이란 것을 저는 의심치 않습니다.” 작가가 이라는 박 대표의 신념 뒤에는 현실의 벽으로 예술가의 꿈을 포기했던 아픈 과거가 자리한다. 그는 밴드의 보컬과 기타로 활동하며 예술가의 꿈을 키웠던 적이 있다. “과거에 뮤지션의 꿈을 꿨었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보장되지 않는 생계와 막막한 미래로 인해 포기해야 했어요. 예술가들의 고충에 뼈저리게 공감합니다. 그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저희가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티팝은 파트너작가 시스템랭킹리워드 시스템과 같은 독특한 정책들을 갖고 있다. 파트너작가 시스템은 일종의 티어(tier) 시스템으로, 활동량과 인기가 많은 이모티콘 작가를 파트너작가로 임명해 수익 배분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제안한다. 랭킹리워드 시스템은 월별 판매순위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다소 복잡하게 보이지만, 작가에게 최대한 많은 수익을 배분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고 박기람 대표는 설명했다.

  이모티콘은 한번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면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수가 메가 히트곡 하나로 평생의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과 같다. “이모티콘으로 얻는 수익을 바탕으로 모든 메이커(maker)가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창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팀을 만들고, 우리가 일할 장소를 선정하고, 펀딩을 받아내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자 동시에 창조의 과정이라고 느껴져요. 제가 음악뿐 아니라 특허를 내는 등 다른 창작 과정에도 관심이 많은데, 창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아이디어를 실체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한 분야라고도 볼 수 있죠.”

 

강민서 기자 jade@

사진박상곤 기자 oct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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