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부모님이나 친척들에게 대학생활의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늘 대답은 이렇게 시작한다. 80년대 후반 학번인 아버지가 기억하는 고려대학교는 막걸리와 파전’, ‘이인영과 허인회였고, 90년대 후반 학번이자 고려대 동문인 삼촌이 기억하는 학교는 고연전의 짜릿함이었다. 그 기억의 뒤편에는 민주화 투쟁의 최선봉이자 잠실종합운동장을 젊음의 열기로 가득 채우게 해준 학생회가 있었다. 코로나 광풍으로 모든 것이 뉴노멀인 고려대 20학번으로서, 어른들의 부풀려진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늘 마음 한 켠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학생회.

  2020년 고려대학교에는 학생회가 없다. 지난 2017년과 2018, 연세대가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했고 최근 고려대학교 52대 총학생회장단,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도 투표율 미달로 출범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총학생회 출범이 무산된 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학생회의 열띤 선거운동과는 별개로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캠퍼스 생활의 부재도 아쉬운 마당에 학생회의 부재는 단순한 아쉬움 이상의 현실 문제로 다가온다. 비대면 수업이라는 기형적 수업에 대해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가 높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학생조직은 학생회가 아닌 등록금반환 TF. 학생회가 있다고 해서 결론이 달라진다는 보장이 있진 않으나 지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위기의 총학생회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인증 이벤트로 에어팟을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고, 학생들은 학생회를 축제 때 연예인 출연을 섭외하는 파티플래너라는 자조 섞인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이런 달갑지 않은 현상의 원인이 학생들에게 있는 것일까? 물론 심해지는 취업 경쟁, 개인적 성향의 증가 등 학생들에게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구조적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조직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여진 학생회의 의견은 30% 정도로 반영되는 반면 학교 측에서 이뤄진 집단의 의사가 7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사가 잘 반영된 학생회의 의견이 학교 의사결정 구조에서 받아들여지고, 그 실천이 다시 학생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개인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이 더 학생회에 열광할 것이다.

  학생회가 제 기능을 되찾는 데에는 다양한 측면으로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장차 학생회를 이끌어가야 할 20학번들이 학생회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단순히 상품을 거는 등, 순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20학번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학생회가 다시 학생에게 돌아오기를 바란다.

장은정(디자인조형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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