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 대학 공동체, 이대로 무너지나
[탁류세평] 대학 공동체, 이대로 무너지나
  • 고대신문
  • 승인 2020.11.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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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대 국회에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국회의원이 수두룩하다. 그들이 대학을 다녔던 삼사십여 년 전과 대비되는 지금은 총학생회장 후보자도 없는 대학이 수두룩이다. 투표율이 낮아 선거가 연기된 대학도 있다. 서울이나 지방 모두 같은 상황이다. 2000년대 이후에 투표율 저조로 총학생회 선거가 종종 무산되는 등 학생사회 위기론이 등장했지만, 후보조차 없는 때는 없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에 더해 취업난, 그리고 코로나19가 삼킨 대학의 모습이다. 물론 팬데믹이 상황을 가속한 측면이 크지만 몇 년 전부터 맞이한 대학의 현실이다. 대학 구성원은 학생, 교수, 직원이다. 대학 공동체 구성원의 한 축이 자신들의 대의기구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교를 감시하고 견제할 세 축 중의 하나가 무너져 가면서 대학 공동체는 서서히 침식되고 있었다. 학교 운영의 주요 사항에 대해 심의, 자문하는 역할의 대학평의원회가 있지만, 여기에 학생 대표의 참여도 저조하다고 한다. 교수평의회나 교수의회도 있고 노동조합도 있는데,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대의기구만 사라지는 셈이다. 이제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도 대화 창구가 없으니 들을 수 없다. 학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공론장이 축소되고 있다.

  학생회가 왜 몰락했을까. 학업에 대한 부담과 취업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학생회 경력이 취업 스펙으로서 영양가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학생회가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일까. ‘운동권학생회의 지나친 정치화에 대한 반감인가. 학생자치기구의 폐쇄성과 관료화 때문인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들린다. 투표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실망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생회가 역할을 못 하면서 무용론에 공감한 학생의 무관심일 수 있고,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관심이 없으니 학생회가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반론도 그럴듯하다. 그래서 학교가 학생의 대변 기구를 무시했을 수도 있다. 악순환이다. 학생회가 몰락하거나 힘이 없으면 학교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없다. 대학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학생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해도 시정할 길이 없어진다. 학생자치기구라는 제동장치가 사라진다면 학교 공동체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붕괴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목소리를 모으고 관철할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다. 실용주의와 개인주의가 퍼져 있다. 교수나 직원이 학생을 대변할 리도 없다. 성과 중심의 서열화 경쟁에 매몰된 대학의 구성원은 각자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대의기구는 소멸 중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오히려 학생의 입장을 대변할 이슈들은 증가 중이다. 비대면 수업의 내용·방식의 질 저하와 평가 관리의 공정성 우려, 소통 문제, 등록금의 적정성, 학생의 안전과 건강, 복지 등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 학교와 학생 간 이견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에 재정을 가진 정부의 힘이 세진 것처럼, 돈줄을 쥐고 있는 학교가 강해지면 다른 주체들은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학문의 영역이든 대학생활의 측면이든 공동체성이 점점 더 상실될 것이다. 가뜩이나 평생직업 시대가 저문 지금 특정 전공 학위 한두 개로 끝내는 대학 교육이 적절한지 논쟁거리가 되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고, 인공지능이 교육을 대신하니 대학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는 경향에다 학령인구의 감소까지 대학사회는 암흑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19 시대 이후 대학사회의 파편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대학이라는 거대한 집단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의사나 요구를 수렴하고 대변할 기구는 여전히 필요하다. 전통적 방식의 학생회 소멸을 학생 탓으로 돌리고 그들에게 떠맡길 것이 아니라 대학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했지만 가정, 직장과 사업장, 학교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성숙 상태다. 구석구석까지 뿌리내리지 못한 일상의 민주주의를 살려내는데 대학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민주적 협치 방식을 모색해 대학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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