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끝이 보인다. 얇아진 달력은 나에게 2021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에, 앞으로 50년은 기억될 호된 신고식을 거치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우리의 일상은 제약받았고, 전 세계의 경제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인류사가 언제나 그래왔듯 코로나는 이겨낼 것이고, 온 세계는 금방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이면서도 불편한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분열과 갈등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코로나 시국 하에서 다중이용시설 이용, 각종 집회 참가, 이에 대한 대응의 적합성 등 새로운 갈등이 재생산됐으며, 이전의 각종 갈등은 제대로 해결도 되지 않은 채 온갖 주제로 논쟁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통해 발전한다는 이론도 있는 만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으나, 분열과 갈등은 어디까지나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해야 한다. 본말이 전도돼 분열과 갈등이 목적이 된다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병과 같이 우리의 목을 옥죄며 사회를 파편화시키는 요인으로 돌아온다.

  이미 우리 사회엔 적지 않은 갈등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분열을 사회의 발전이 아닌 본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결국 기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갈등은 계속 재생산되니, 사회 파편화가 가속된다. 갈등의 원인에 대한 선명했던 이미지는 흐려지고 갈등하는 현실 그 자체만이 부각된다.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의견만 반박하는 지루한 말싸움만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염불처럼 치유와 봉합을 되뇌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갈등이 해소된 적은 없다.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소모적인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갈등과 분열, 그로 인한 분노의 불길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발짝 물러서 문제의 원인을 냉정히 파악할 때, 비로소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근본적이고 당연한 해결책이다.

  우리의 인식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갈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매일 새로운 갈등은 산적해 있고, 분노에 사로잡혀 상대방을 반박하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이 바뀐다면, 그리고 우리의 바뀐 인식이 대하는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점차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2021년에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상처도 봉합되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

임수빈(인문대 사회16)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