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엔 제도화된 탐정활동

전문분야별 조사업무 가능

제도화로 업무 범위 보장해야

강동욱 교수는 '탐정업이 국내에서 법제화 된다면 기업 업무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2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을 개정해 탐정명칭을 민간이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의뢰를 받아 숨겨진 사실을 파헤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탐정의 합법적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1999, 16대 국회에서 탐정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20년째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폐기 또는 철회됐다. 탐정업이 활발해질 경우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불법 흥신소의 폐해와 기업의 조사업무 수요가 나타나면서 탐정활동 법제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올해부터 탐정이라는 명칭을 걸고 영리활동을 가능하도록 법안이 개정됐고, 지난 85일로 국내 최초 탐정사무소가 등장했다.

  ‘셜록홈스’, ‘명탐정 코난등 창작물 속 탐정과 현실의 탐정. ‘탐정이라는 존재가 한국 사회에 출현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까.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탐정법무전공석사과정을 신설한 동국대 강동욱 법무대학원장을 만나 탐정업의 현황과 방향성을 물었다.

 

  - 미디어에 노출된 탐정의 모습이 현실 탐정과는 크게 다르다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본 셜록홈스코난과 같은 인물로 인해, 탐정이 범죄 수사를 의뢰받는 직업으로만 생각합니다. 사실, 탐정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상당히 다양하고, 국가마다 주된 업무도 달라요. 가령, 영국 탐정은 범죄 수사를, 미국 탐정은 기업 업무를, 일본 탐정은 사생활 조사 업무를 주로 담당합니다. 대개 탐정하면 범죄를 짚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여러 탐정업무 중 극히 일부분인 거죠.

  탐정은 공권력이 쉽게 미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경찰이나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제도의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걸 탐정이 메꾸는 거죠. 예전에는 사라진 물건이나 은닉 재산 찾기, 범죄자 체포 등 제한적인 역할을 했다면, 최근엔 보험·부동산 분야의 사건사고나, 첨단기술 관련 산업스파이 문제까지 전문분야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탐정(探偵)은 말 그대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내는 것이다. 위법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업이나 개인의 의뢰를 받아 계약을 맺고 조사, 정보수집과 제공 등의 역할을 한다. 현재 OECD 국가 대부분이 탐정업을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선 경찰이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기도 해요. 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더 큰 사건이 발생하면 인력을 큰 사건에 몰고, 앞선 수사는 탐정에게 맡기는 거죠. 경찰 신분을 노출한 채로 파악하기 힘든 수사를 탐정에게 맡기기도 해요. 기업이나 개인 차원에선 범죄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 사안이면 탐정을 부르기도 하죠. 고소하면 공론화가 되기 때문에 민간에 수사를 맡기는 거예요.”

 

  - 왜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탐정이란 말을 쓸 수 없었나요

  “우리나라에서 탐정은 주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에 속해 불륜과 같은 사생활 조사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박혀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탐정 일은 재판을 위해 증거를 찾는 일이나 보안업무까지 다양해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에도 있었지만, 우리가 탐정이란 이름으로 안 불렀을 뿐이에요. 사생활 조사 측면만 생각하고 일반적인 조사 업무는 탐정업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죠. ,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권위주의 정부를 거치며 국가에 의한 사찰을 많이 당했어요. 탐정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개인사찰까지 받는다는 두려움이 있으니 제도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최근 법률 개정으로 양성화됐지만, 해외에 비해 국내는 아직 탐정 제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경비, 보안, 조사관 등 탐정이 진출할 수 있는 업무들이 산발적으로 퍼져있고, 업무 형태 또한 기존의 사생활 조사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 제도화가 이뤄지면 어떤 영역에서 탐정이 활약할 수 있을까요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업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탐정이 생길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기업 영역이 활성화될 수 있죠. 가령, 기업 간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가 제대로 된 기업인지, 신용할 만한 회사인지 판단하는 데 탐정을 기용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안전에 돈을 투자하는 문화가 아니에요. 미리 대책을 세우기보단 사고가 난 이후 처리하는 것이 더 익숙했죠. 계약을 체결할 때 탐정이 기업에 대해 선행 조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사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리라 예상합니다.”

 

  - 일각에선 탐정 양성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제도화에 뒤따르는 문제는 없나요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보호법 등을 비롯해 인권, 사생활 보호에 대한 법률이 엄격하게 마련돼 있어요. 그렇기에 탐정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좁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제3자의 도청과 위치추적이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도청이나 추적을 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 하의 탐정활동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에선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는 공문서 열람도 탐정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도 합니다. 정보를 보호하는 법규가 탐정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기 위해서요. 그래서 더더욱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조사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줘야 탐정도 업무의 근거를 명확히 세울 수 있고, 나아가 불법적인 업무 수행을 막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오랜 기간 음지에 존재했던 탐정을 양지로 이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공인 탐정제와 같이 국가기관의 허가를 바탕으로 탐정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이 대표적으로 공인 탐정제를 채택하는 국가입니다. 탐정이 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신, 탐정이 되는 이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허가제를 채택한다면 탐정이라는 업무가 특권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격 요건이 엄격해지면, 현재 탐정업에 종사하는 상당수는 그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고, 전직 경찰관을 중심으로만 운영될 거예요. 경찰이 탐정업을 통해 공적 정보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까지 얻게 되면 그 권력이 더욱 비대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순 신고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우려되는 불법행위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따라서 신고제로 하는 대신 탐정 자격의 제한 요건을 만들어서 규제해야 합니다. 살인자라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힘들겠죠. 그 외에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제도화를 통해 탐정업이 민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이미 탐정업은 어느 정도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요. 탐정의 조사 업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이왕 국가가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좀 더 확실하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나 제도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선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해요. 처음에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정작용이 생겨 불법 업무들은 관리가 될 거예요. 탐정들의 자율성에 맡기고, 지켜봐야 합니다.”

 

글  |  이현주 기자 juicy@

사진  |  양태은 기자 aur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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