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극단적 양극화의 그림자, 美의사당 난입 사건
[시론] 극단적 양극화의 그림자, 美의사당 난입 사건
  • 고대신문
  • 승인 2021.01.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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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응 서강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하상응 서강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20178월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서 일군의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Robert E. Lee)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샬러츠빌 시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남부 연합(The Confederacy)을 대표하던 리 장군의 기념물이 철거 혹은 이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결국 한명이 사망하고 십여 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발언을 하여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애초에 시위를 벌인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맞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극좌세력 혹은 사회주의자들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20209월 대통령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직접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준동을 자제(stand down)시키는 발언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나 준비하고 있어라(stand back and stand by)”는 발언을 하였다. 동시에 소위 극우세력은 애국자들이고, 대신 미국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은 좌파 사회주의 세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토론회 직후 프라우드 보이즈(The Proud Boys)’를 비롯한 많은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을 공식 인정했다고 주장하면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의 무장봉기를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하였다.

  2021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상원의원을 선출하는 결선투표를 3일 앞둔 조지아 주의 주무장관에게 전화를 하였다. 한 시간이 넘게 통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11월 선거 때 조지아 주에서 이겼으니,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내라고 종용하였다. 공화당 소속 조지아 주 주무장관은 확인된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 통화 내용은 다음날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공개되었고,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사실의 유포 및 선거 관리 방해를 이유로 엄청난 비난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급기야 202116, 각 주 정부에서 보낸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연방의회에서 확정하는 날, 의사당 앞에 모인 백인우월주의자, 극우세력, 트럼프 대통령 추종자들이 불법으로 의사당을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의사당을 침입한 폭도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폭도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한 것, 그리고 폭도들을 즉각적으로 자제시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연방 하원은 2주 정도 밖에 임기를 남겨놓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재차 탄핵하게 된다. 의사당 점거 사건의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계정은 거의 모두 정지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들 중의 하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백인우월주의와 가짜뉴스라는 다른 역병이 트럼프 행정부의 운명을 재촉했다. 트럼프 임기 4년 동안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존재를 재확인하였다. 반전 운동, 흑인 민권 운동, 주요 정치인들의 암살로 점철되었던 1960년대 말 이후 최초로 겪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대통령에 의해 강화되는 현상은 일극체제를 이끌어 가던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상징인 미국이 견뎌내기 어려운 시련임에 틀림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밝힌대로 현재 진행중인 명예롭지 않은 내전(uncivil war)’을 종식시키는 일, 그리고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미국을 다시 하나로 묶어내는 일은 미국 민주주의의 그림자였던 제도화된 차별과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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