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적이고 부족한 보호기금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지원기준 모호

수용자 자녀에도 관심 가져야

 

  범죄 후 피해자 가정은 가족이 범죄를 당했다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이들이 호소하는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은 법적으로 보호해야한다. 피해자 가족은 현행법상 ‘범죄피해자’로 규정되며 범죄피해자보호법을 통해 치료비, 생계비, 장례비, 자녀 학자금 등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법률 지원, 심리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마련했다. 과연 이 제도들만으로도 범죄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불안정한 기금조성 방식

  범죄피해자보호법을 운용할 수 있는 기금은 기금의 조성 방식 때문에 액수가 유동적이다. 범죄피해보호기금은 벌금수납액의 6%가 주요 재원이 되는데, 매년 수납액이 변해서 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들다. 원혜욱(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양해진 범죄에 따른 법률 조력을 위해서는 더 많은 보호기금이 확보돼야 한다”며“유동적인 예산으로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고정예산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성된 보호기금은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이 집행한다. 이중 기금의 40% 이상을 법무부가 운용하며, 경찰청이 쓰는 기금의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범죄피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경찰의 범용 예산이 적으니,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 또한 줄어든다. 경찰청 관계자는“기금 분배 구조 때문에 피해자들은 법무부산하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가게 된다”며 “피해자들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이미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전했다.

 

검찰청 내에 소재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결국 범죄피해자가 지원을 받기 위해 찾는 곳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총 60개소가 설치돼있는데, 이중 대다수가 검찰청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원혜욱(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피해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적 특성이 있고, 검찰에 종속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민간단체로 운영되는 센터의 장소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관할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강동욱(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의 경우 1개 센터가 관할하는 범위가 매우 넓다”며 “서울은 센터가 비교적 많지만 사건 발생건수도 많아 소수 인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죄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 또한 문제점중 하나다. 2019년 묻지마 폭행을 당했던 장애인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치료비를 청구했지만, 건강보험 처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범죄피해로 인한 입원은 규정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애초에 불가능한 혜택을 제시한 셈이다. 해당 피해자를 상담했던 안민숙 빅트리 대표는“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피해 지원 기준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양성 필요

  전문가들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개선을 위해 인력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동욱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제도 확립을 통해 전문 인력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 측에서 피해자학 강좌 개설 등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잊혀진 피해자인 수용자 자녀

  ‘잊혀진 피해자’인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 또한 부족하다. 이들은 부모의 수감 이후 빈곤, 사회적 질타 등의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은 미흡하다. 신연희(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수용자 자녀를 지원 및 보호조치 마련을 위해 2020년 12월 22일 ‘수용자 자녀 보호 3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수용자 자녀 정의규정 신설 △수용자자녀 접견 규정 보완 △교정시설 내 양육 기간 연장이다.

  수용자 자녀 정의규정은 기존 실태조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내용이다. 기존 실태조사에서 수용자 자녀의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용자 자녀의 범위를 재정의했다. 수용자 접견 규정 보완의 경우 수용자 접견 시 차단시설을 두지 않아 자녀와의 접촉을 가능케 한다. 수용자와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을 키우도록 배려한 것이다. 교정시설 내 양육 기간 또한 18개월에서 24개월로 늘어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개정안에 참여한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는 “수용자 자녀 또한 다른 아동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글 │ 송다영 기자 foreveryoung@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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