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후 남겨진, 숨겨진 피해자들
범죄 후 남겨진, 숨겨진 피해자들
  • 송다영 기자
  • 승인 2021.01.24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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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자 지원단체 ‘빅트리’·수용자 자녀 지원단체 ‘세움’ 대표 인터뷰

  범죄가 발생하면 그 파장은 사건의 당사자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범죄피해의 파괴력은 피해자 가정과 수용자 자녀에 미쳐 그들 또한 각각의 고통을 받게 된다. 이들을 현장에서 돕는 단체들이 있다. 범죄피해자 지원단체 ‘빅트리’의 안민숙 대표와 수용자 자녀 지원단체 ‘세움’의 이경림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범죄 이후 사회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빅트리’ 안민숙 대표 인터뷰

‘빅트리’ 안민숙 대표가 범죄피해자 지원활동을 소개했다.
‘빅트리’ 안민숙 대표가 범죄피해자 지원활동을 소개했다.

 

- 범죄는 어떻게 피해자 가정을 파괴하나

  “범죄는 예고 없이 벌어진다.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면 세상을 떠나기까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지만,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건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하루아침에 가족이 사라질 수 있다. 자녀가 강간 후 살인을 당한 가족의 상담을 맡은 적이 있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그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고, 언니 또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피해자 가정은 범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변의 시선은 이들을 더욱 괴롭게 한다. 범죄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이사를 하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도 못 한다. 이미 동네에서 그 집은 ‘재수 없는 집’이 돼버린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던 사건들은 시간이 흘러도 언론의 관심을 받고, 피해자 가정은 또다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현실이다.”

 

- 피해 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은 가해자 교정 비용의 5%밖에 안 된다. 예산이 적게 책정되니 제공되는 지원도 많지 않다. 가해자의 경우 수사 초기부터 국선변호사가 100% 선임되지만, 성범죄 피해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범죄피해자는 개인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를 돕는 검사가 있으니 괜찮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검사의 역할은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밝히는 데에 그친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역할까지 할 수는 없다. 만약 가해자가 돈을 더 들여 사설 변호사를 선임하고 승소를 위해 피해자를 공격하면,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범죄피해 사실을 왜곡당하는 등 2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

  현행 피해자보호법에도 피해자를 위한 상담 등 법률지원이 규정돼 있지만, 기관에 직접 신청을 해야 하며 도움을 받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법률상담 지원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상담’에 그친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없으면 탄원서 작성부터 합의까지 모든 부담을 피해자 혼자 짊어져야 한다. 피해자 옆에서 처음부터 사건의 흐름에 따라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

 

- 재활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필요한 보완점은

  “국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가해자에 대한 지원은 이미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출소 전에는 사회 복귀를 위한 검정고시 지원, 출소 후에는 신변 보호를 보장한다. 그에 비해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는 미흡하다.

  꾸준한 돌봄도 필요하다. 경찰 등 공무원이 맡기에는 이들의 여력이 부족하기에,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간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만큼’이다. 피해자들이 요구한다면 몇 년이고 만남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세움’ 이경림 대표 인터뷰

‘세움’ 이경림 대표가 수용자 자녀 지원활동을 소개했다.
‘세움’ 이경림 대표가 수용자 자녀 지원활동을 소개했다.

 

- 수용자 자녀 지원을 시작한 계기

  “아동복지 관련 일을 30년간 해오면서 빈곤 아동들을 많이 만났다. 하루는 부모가 교도소에 수감돼 홀로 남겨진 아동을 돌봤다. 이 아이는 주위에 단순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세움’은 모든 아동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단체다. 수감자 자녀에게 상담 지원, 가정방문 등을 통해 심리적 보호막을 형성해주고 적지만 매달 성장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나

  “경제사범 자녀는 갑자기 집에 압류딱지가 붙거나 집안에 채권자가 들어와 물건을 가져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인과응보 결과이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순식간에 살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 복지제도에서는 최소 6개월 동안 수입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수감 이전에 저지른 범죄의 흔적이 계좌와 거래 명세서에 남아있어 지원을 받기 어렵다. 최근 지자체마다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생겼지만 일회성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 수감 사실을 알려야 하나

  “70% 이상의 수감자가 자녀에게 수감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한순간에 부모가 사라진 것이다. 누구도 부모가 정확하게 어딜 갔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직감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라리 수감 사실을 알리고 접견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

 

- 현재 수용자 자녀 보호 실태는

  “접견은 수용자 자녀를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모든 아동은 자신이 원할 때 부모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접견 제도는 아동이 부모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성년자 자녀가 현행 접견 제도를 이용하기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대다수의 교도소가 산속에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일반접견은 평일에만 가능하다. 힘들게 교도소까지 가더라도 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5분이다. 올해부터는 토요일 접견이 가능해져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다.

 심리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현재 민간단체밖에 없다. 이 아이들을 위해 섬세하게 심리상담을 해줄 수 있는 전문기관은 따로 없다. 서울·경기·인천의 수용자 자녀를 위한 심리 상담은 우리가 맡고 있지만, 타지역의 경우 지역 상담실을 연결해주고 상담비 일정 부분을 부담해준다. 하지만 지역 상담실에서 제공하는 상담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수용자 자녀만을 위한 상담실 증설이 필요하다.”

 

-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가

  “아동이 가족 접견을 가지 못하는 이유엔 경제적 어려움도 있다. 차비, 톨게이트비, 식비 등을 모두 합치면 한번 가족 접견을 할 때 20만 원 정도가 든다. ‘세움’의 경우 접견비 지원을 통해서 아동에게 가족 교류의 시간을 갖도록 돕는다. 경제적인 문제로 접견을 하지 못하는 아동들에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글 | 송다영 기자 foreveryoung@

사진 | 김민영 기자 dra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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