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SNS와 관련된 소식들이 끊이질 않는다. 오디오 기반의 새로운 SNS ‘클럽하우스’는 2월 내내 모바일 세상을 뜨겁게 달군 소재 중 하나다. 페이스북 등에 자리를 내주며 문을 닫았던 ‘국민 SNS’ 싸이월드 역시 다가오는 5월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며 이목을 끌었다.

  SNS는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관여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Z세대의 놀이터 틱톡, 중년 마니아층이 두꺼운 네이버 밴드 등 다수의 소셜 미디어에 분포해 있다. 따끈따끈한 스타트업 미디어부터 이제는 한물간 ‘탑골 SNS’까지 다양하다. 누군가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확인한다. 다른 누군가는 인스타에 올리는 개성 담긴 사진 몇 장으로 일기를 대신한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으로 깊이 침투한 SNS의 현재와 미래를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이용자는 물론이고 소셜 미디어의 종류 및 서비스, 사용목적 모두 시간이 갈수록 다채로워진다. 새로운 소셜 미디어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SNS의 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일인백색 시대, SNS를 쓰는 다양한 목적

  단순한 오락용 목적부터 사업적인 수단으로까지, SNS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최지웅(남·38) 씨는 총 다섯 개의 SNS를 사용하고 있다. 생각의 단상들을 그때그때 꺼내놓고 싶을 땐 페이스북을, 일상을 공유하고자 할 땐 인스타그램을 쓴다. 글 연재 SNS 플랫폼 브런치로 영화나 드라마 리뷰를 공유하며, 유튜브에 부동산 앱 개발자로서의 삶을 기록한다. 떠오르는 SNS 클럽하우스에서는 한국 커뮤니티 운영진이자 모더레이터(방장)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지웅 씨는 “SNS의 종류에 따라 분명하고 다양한 목적이 있다”며 “개개인의 욕구가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SNS가 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정현(이화여대 중문19) 씨는 SNS를 통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윤정현 씨는 “스토리에 간단히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기능 덕에, 예전이었다면 진작 연락이 끊어졌을 것 같은 친구들과도 안부를 자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마케팅 도구로 SNS를 이용하는 개인이나 사업조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광고를 통해 SNS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대표적이다. 보다 유동적이고 이용자가 많은 SNS 시장은 마케터들에게 최고의 홍보 시장이다. SNS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트렌드 동향에 묵직하게 기여한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라고 여기는 현대의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SNS가 갖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최재붕(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단순한 전화기나 정보검색으로만 스마트폰을 이용했던 사람들도 점차SNS의 풀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백(百)인백색에서 일(一)인백색의 시대로 진화한 현대사회 속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디지털 시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평범함은 거부한다” 특화 SNS가 온다

  자기표현, 의사소통과 같은 SNS의 1차원적 기능을 넘어 범위와 용도, 형식면에서 특성화된 이른바 ‘특화 SNS’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재붕 교수는 “더욱 빨라지는 기술의 진보에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현대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SNS의 종류와 개수 역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윤혁(미디어학부) 교수는 특화 SNS의 대표적인 예로 ‘링크드인’을 들었다. 링크드인은 소셜 네트워크 기능에 구인구직 서비스가 추가된 플랫폼으로, 출신 학교 및 성적, 대외활동과 수상 경력 등 각종 스펙을 나열해 컨택과 채용의 장으로 기능한다. 200여 개 국에서 6억7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 정윤혁 교수는 “링크드인이 공적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섞여 있어 피로감을 주는 페이스북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해외에서는 대학 졸업 포트폴리오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해진 욕구와 가치관 반영

각종 특화 기능 추가되기도

폐쇄형, 게임형 SNS 뜬다

 

  대국민 국군 소통 서비스 ‘더캠프’나 대한민국 직장인 320만 명이 이용하는 직장인커뮤니티 ‘블라인드’ 역시 확실한 목적성을 가진 특화 SNS다.

  콘텐츠의 형식면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SNS가 늘고 있다. 유튜브 등의 기존 영상 미디어와는 달리 숏폼 형식의 플랫폼을 내세운 '틱톡'은 작년 8월 기준 사용자 22억 명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인스타그램 또한 틱톡과 유사한 숏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비주얼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이들은 ‘핀터레스트’와 ‘비헨스’ 등의 시각 특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핀터레스트는 ‘핀(Pin)’과 ‘흥미(interest)’를 합친 말로, 보드에 핀을 꽂듯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찜하고 공유하는 신개념 SNS다. 김민서(국제학부19) 씨는 “핀터레스트를 통해 각종 레시피나 평소 하고 싶었던 머리스타일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비헨스(Behance)는 어도비의 디자이너를 위한 포트폴리오 공유사이트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자이너들의 고퀄리티 작업물들이 올라와 있다. 박종한(홍익대 자동차기술융합디자인전공19) 씨는 “과제를 할 때나 홈페이지 메뉴 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되면 비헨스의 자료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유저가 많고 분야별, 추천수별로 정렬돼 있어 뛰어난 디자이너들의 작업물들을 보기 편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작가와 독자, 창작자와 후원자가 소통하는 통로인 구독형 SNS ‘브런치’나‘패트리온’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SNS‘젠리’는 10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도가 높다. 친구들의 위치부터 특정 장소에 머무른 시간, 배터리 잔량과 사용자 간의 거리까지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익명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소통의 소재로 활용한 앱 ‘Asked 익명질문’에서는 수십 개의 익명 질문들과 당사자의 답변을 모두 볼 수 있다. 윤정현 씨는 “Asked를 통해 부정적으로만 여겼던 익명성이 선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따뜻한 온기가 온라인상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개방적이고도 폐쇄적인 SNS

  미래의 SNS로 주목받는 형태 중 하나는‘폐쇄형 SNS’다. SNS의 초기 사용용도는 온라인상 인맥확장 및 공론의 장이었다. 하지만 원치 않는 관계나 불필요한 노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개방적인 SNS의 단점을 보완한 폐쇄형 SNS가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인스타그램 속 부계정, 서로이웃 블로그 등 폐쇄적인 공간을 통한 ‘인간적인 연결’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최서연(숙명여대 체교19) 씨는 폐쇄적인 SNS에 대해“친한 사람끼리만 있는 공간이다보니, 꼭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도 기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폐쇄형 SNS 열풍의 중심에 선 소셜 미디어가 바로 ‘클럽하우스’다. 텍스트나 사진 없이 음성만을 통해 소통이 이뤄지는 클럽하우스는 기존 참가자의 초대장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 회원가입이나 소통이 비교적 자유로운 타 SNS에 비해 제한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폐쇄성과 차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래퍼 딘딘은 클럽하우스를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라 정의했고, 배우 김지훈 역시 “대세가 되는 그룹에 속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해지는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클럽하우스를 오히려 개방적인 SNS라고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르는 사람들과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대화가 가능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나 연예인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지윤(문과대 독문19) 씨는 “지금은 베타 버전이라 폐쇄적인 특성이 부각됐지만,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이용이 가능해지고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은 후에는 충분히 개방적인 플랫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혁 교수는 개방형 SNS와 폐쇄형 SNS의 미래를 ‘변증법적인 진화’라는 말로 설명했다. SNS는 ‘개방형에서 폐쇄형’, 혹은 ‘폐쇄형에서 개방형’과 같이 일방향적인 변화를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재붕 교수 역시 “디지털 문명에서는 한 가지 특성이 오랜 시간 자리잡지 않는다”며 “두 가지 특성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화와 혁신을 거듭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한 “독점적인 소셜 미디어는 앞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은 SNS의 불분명한 경계 속에서 다양한 SNS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를 동시에

  한편, 정윤혁 교수는 SNS의 미래 가운데‘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형 SNS의 등장에 주목했다. 메타버스는 일종의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온라인 내에 자체적인 경제체제, 직업, 쇼핑공간 등이 존재하는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연장선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방탄소년단도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가상공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처음 공개했다. ‘모여라 동물의 숲’ 또한 일종의 메타버스로, 최근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게임형 SNS의 국내 선두주자로는 네이버의 3D 아바타 기반 소셜 네트워킹 앱 ‘제페토’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다양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제페토의 큰 특징이다.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 또한 제페토 내에서 만든 아바타를 통해 전 세계 팬과 소통하고 있다.

  해외의 메타버스 사례로는 미국의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를 들 수 있다. 로블록스는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제작 플랫폼이다. 정윤혁 교수는 “전체 미국 초등학생들의 70퍼센트 가량이 로블록스를 즐겨 하며, 유튜브보다 로블록스에서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서비스를 재개하는 싸이월드 또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미니룸과 미니미를 제작 중에 있다.

 

  사람들의 일상에 깊게 침투한 SNS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눈팅’을 하다보면, 암울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둠스크롤링’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김현우(과기대 전기융합21) 씨는 “적당히 하면 해방감을 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상대적 박탈감 느낄 때가 많다”며 “주변 친구들 중 SNS를 삭제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피로감에 대해 최재붕 교수는‘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이 팽배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SNS의 유용한 사용법을 추천한다. 그는 “공부하고 싶은 하나의 토픽을 정한 다음 그것과 관련된 것을 모으면 자신만의 타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며 SNS의 아카이빙 효과를 강조했다.

  디지털 문명은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SNS는 한 번의 클릭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앞으로도 수없이 바뀔 새로운 세상과 디지털 문명에 적응할 준비가 포노 사피엔스들에게 필요하다.

 

글 │ 이다연 기자 idayeoni@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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