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말하는 즐거움, 클럽하우스에서 되찾다
듣고 말하는 즐거움, 클럽하우스에서 되찾다
  • 이다연 기자
  • 승인 2021.02.2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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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체험기

방 주제 따라 다양한 경험 가능

음성 통한 즐거움 계속될 것

 

  우연한 계기였다. 설 연휴에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와중 메시지로 초대장 하나가 도착했다. 몇 가지의 절차와 동의를 마쳤다. 그렇게 ‘클럽’에 입장했다.

  클럽하우스는 텍스트나 사진 없이 음성만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오디오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구글 출신의 로엔 세스와 실리콘밸리 기업가 폴 데이비슨에 의해 2020년 탄생했다. 기존 사용자에게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희소성은 클럽하우스를 향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소통이 단절된 상황 속에서 음성을 통해 친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식 또한 매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흑백의 남성 사진이 박혀있는 앱을 클릭하고 스크롤을 내리면, 다양한 주제를 방제로 내건 대화방들이 복도(피드)에 가득하다. 대화방에는 방장(모더레이터), 화자(스피커), 청자(리스너)가 있다. 스피커와 모더레이터가 발언을 하고 리스너는 방청하는 형태다. 대화 주제에 따라 사석의 술자리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공적인 강연장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리스너도 ‘손들기’ 기능을 눌러 모더레이터의 수락을 받으면 스피커로서 발언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뭐길래

  작년 10월 1만 명 수준에 불과했던 클럽하우스의 이용자 수는 올해 1월 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달 기준으로 600만 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곧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지인이나 일면식 없는 타인은 물론, 평소 동경해왔던 연예인들과도 전화 통화하듯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이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노란잠바 그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예비후보 등 서울시장보궐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클럽하우스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한다.

  최근 가장 뜨거웠던 대화방은 ‘성대모사방’이다. 성대모사 능력자들이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 대화방은 한국 클럽하우스 대화방 최초로 제한 인원인 5000명을 돌파했다. 실제 셀럽과 그 사람을 성대모사하는 사람이 만나서 방에서 대화하는 극적인 상황까지 벌어지며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 미디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에서 만난 한설이(@ssolly) 씨는 기록이 남지 않는 휘발성을 클럽하우스의 큰 특징으로 뽑았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전했다. “녹음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커가 예의 없는 말들을 내뱉을 경우 대화의 분위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도 덧붙였다.

 

적극적인 청객, 소극적인 스피커 되다!

  ‘클럽’에 입성한 지 일주일 차, 점점 아는 이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팔로우하면 할수록 피드에 올라오는 방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화면을 연신 스크롤하며 여러 제목의 방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실제 텅 빈 복도에서 들어갈 방을 찾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재밌어 보이는 주제를 가진 대화방들을 무작정 클릭해봤다. ‘방구석 가수분들 환영’이라는 방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스피커와 그를 감상하는 몇백 명의 리스너들이 있었다. ‘투자 이야기... 2021년 달라진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돈과 투자, 주식에 대한 각종 경험들을 공유하며 전문가의 피드백을 듣는다. ‘당신의 프로필 사진을 그려드립니다’처럼 각자의 프로필을 그려주는 방도 있고, ‘심리전문가와 함께 나누는 인간관계 이야기’에서는 공감과 위로, 각종 조언들이 오간다. 청소년 시절 중국에 거주했던 김예진(@yewls) 씨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소통하는 방에 자주 참여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릴 적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클럽하우스가 가진 중독성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루 평균 5개 정도의 방에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에 ‘Leave quietly(조용히 나가기)’를 누르길 반복했다. 그러던 중 ‘당신 인생의 영화음악’이라는 방에 홀린 듯 입장했다. @keigtrvs라는 이름의 모더레이터와 다섯 명의 스피커가 영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00명이 넘는 리스너들도 함께였다. 한 스피커가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음악은 <로맨틱 홀리데이>에 나왔던 ‘마에스트로’라는 음악이에요.” 스피커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 영화음악’을 소개하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모더레이터 @keigtrvs 씨나 스피커 본인이 해당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이었다. 함께 감상한 후에는 스피커가 이 음악을 추천한 이유를 소개하고 함께 감상평을 나눈다. “평소 영화를 볼 때 음악은 배경이나 감정선을 보조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음악 덕분에 이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한 스피커가 말했다. 약 13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영화유튜버 ‘기묘한 케이지’로도 활동 중인 @keigtrvs 씨는 해박한 영화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한스 짐머 하면 보통 큼직한 블록버스터 음악을 떠올리곤 하지만, 이런 드라마틱한 무드의 음악도 매력있죠.”

  비대면 줌(Zoom) 수업 발표에도 식은땀을 흘렸었기에, 이제껏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며 리스너의 위치에서 보이지도 않는 격한 리액션을 하는 일이 다였다. 하지만 이 방에서만큼은 좋아하는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손들기’ 버튼을 누를까 말까, 덜덜 떨렸지만 곧장 누르고는 스피커로 전환되기를 기다렸다. 손을 들고 다른 사람들의 추천곡을 들으며 기다린 지 20분쯤 후에 리스너에서 스피커로 변경됐다.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좋아하는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소개한 후, 떨리는 손으로 유튜브에 들어가 영화 속 ‘아라베스크’를 틀었는데 ‘까똑!’ 소리가 눈치도 없이 울려 황급히 껐다. “이런 게 또 소소한 재미죠.” @keigtrvs 씨의 가벼운 농담에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다. 마찬가지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좋아하신다는 모더레이터의 공감과 리액션에 신나서 영화 이야기를 마저 했다. 대화 막바지에 가서야 본 목적을 꺼냈다. “제가 사실 학보사 기자인데요, 여기서 나눈 대화들을 기사에 실어도 될지...” 모더레이터와 여러 명의 스피커들은 관심을 표하며 흔쾌히 수락했다.

 

돌고 돌아 오디오, 듣는 것의 즐거움

  클럽하우스의 흥행으로 기존 소셜 미디어 업체들도 오디오 소통 매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포맷 확장을 목표로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오디오 채팅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트위터 또한 자사 플랫폼 내에 새로운 음성 기반 SNS ‘Spaces’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오디오 매체의 왕좌 자리를 차지해왔던 라디오나 팟캐스트는 클럽하우스의 등장으로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까. 라디오PD 7년, 팟캐스트 진행 5년, ‘듣는 일’을 업이자 취미로 삼아 온 정예은 라디오PD는 몇 주 전부터 이런 말들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디님. 클럽하우스 아세요?” “팟캐스트 SNS 같은 거에요. 팟빵 큰일났어요.” 그의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하나는 기존 오디오 매체의 생존 여부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실 라디오나 팟빵하는 사람들, 클럽하우스 때문에 굉장히 긴장 많이 하고 있거든요. 오디오 기반 콘텐츠가 있었다고는 해도, 클럽하우스처럼 소셜 네트워크 형태도 아니고 쌍방향도 아니잖아요.” 클럽하우스의 소셜 네트워킹 기능을 자신의 플랫폼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기존 오디오 콘텐츠 종사자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뒷방에 있던 오디오 콘텐츠를 무대 위로 불러준 클럽하우스가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그는 듣는 일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이른바 ‘힐링’ 기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라디오에서 잊고 있던 옛날 곡을 들으면 그때의 향수가 막 물 밀듯이 밀려오는 기억들이 있잖아요.” 이은서 KUBS 라디오 PD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틀어놓고 다른 일 하거나 차 타고 가면서 중간중간에 피식 웃게 되는 어떤 한 멘트가 그날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오디오에는 콘텐츠를 더 곱씹게 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힘도 갖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소리를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오디오의 가치는 보이지 않음에서 오는 섬세함과 감수성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클럽하우스라는 앱을 통해 잊고 있던 대화의 희열을 느꼈다. 음성매체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매력도 함께다.

대화방에서 사람들이 영화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화방에서 사람들이 영화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ye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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