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수강 신청 30분 전 두 눈을 의심했다. 관심 과목으로 등록해 놓은 전공 수업들이 전부 마감인 게 아닌가. 재빨리 다른 과목들을 확인했지만, 자리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클릭 한 번 못하고 수강 신청은 맥없이 끝나버렸다. 채운 학점은 겨우 7학점. ‘정정의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학과 특성상 1학년 때부터 전공을 들어야 하지만, 2학년 수강 신청 종료와 함께 개설된 모든 전공 강좌가 마감된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딜 가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걸 보아하니 다른 학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쁘게 증원 요청 메일을 돌린 학생회의 정성에 소규모 증원을 약속한 교수님들도 계셨다. 학생들을 생각한 결정에는 감사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강의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선 언제까지고 교수들에게만 증원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의 혁신을 외치기 전에, 적어도 학생들이 마음 놓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게 아닐까.

  채팅창이 한바탕 시끄러웠던 것도 잠시, 학생들은 금세 현실로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증원이 된 게 어디냐며 새 시간표를 짜는 동기를 보고 있자니, 비정상적인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그 달콤한 말에 기대면 바뀌는 것은 없다.

강민서 취재부장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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