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격 안정, 규제보다 공급 정책 필요해
서울 주택가격 안정, 규제보다 공급 정책 필요해
  • 이승빈 기자
  • 승인 2021.03.0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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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인터뷰

 

  2015년부터 서울시 빈집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주택가격은 무서운 폭으로 상승해왔다.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공급부족이다. 빈집의 증가는 공급이 남는다는 뜻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상황에서 빈집은 부동산 가격을 완화해주는 ‘공급’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실제로 어떤 요소의 영향을 받는 지 알아봤다.

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빈집은 주택 공급에 도움 안돼

수급 외에도 자본과 불안감 작용해

꾸준한 공급으로 주택 순환 이뤄야

 

  지난 2월 4일, 정부는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32만 3000호를 서울에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 6000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 주택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은 안정은커녕 지난 3년간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만 보여왔다. 권대중(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 서울에 빈집이 9만 채가 넘는다. 빈집은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가

  “빈집의 대부분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낙후된 곳이거나, 개발사업을 하다가 소송이 걸려 사용하지 못하는 곳들이다. 그래서 빈집을 주택 공급량에 포함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빈집재생사업을 진행해도 주택 공급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갓 상경한 청년들이나 집 없는 서민들에겐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이 도움 되겠지만,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도시 주변 기반시설이 열악해 대중적인 선호를 받기는 힘들다.”

 

-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뭔가

  “일반적인 시장 논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수록 상승한다. 최근 3년 반 동안 서울시 부동산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것이다. 공급을 늘리면 자연스레 가격은 하락하는데,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공급은 늘리지 않고 규제만 가했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결과는 당연하다.

  다만 서울 주택 가격은 수요 공급의 논리 이외에도 투기세력의 영향을 받는다. 서울은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수요자를 구하기 쉽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 큰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어 주택을 통해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부동산 가격은 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이득은 자본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이득이 커질수록 투기세력은 점차 늘어난다. 2018년 기준으로 자가주택 점유율은 42.9%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자기 집이 없다는 것인데,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은 96% 정도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1가구 2주택, 혹은 그 이상의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종의 ‘패닉바잉’이기도 하다. 전쟁이 나거나 재난이 생기면 불안감에 라면 같은 생필품을 사재기하지 않는가. 주택가격이 점점 올라가면 열심히 일해도 버는 돈보다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더 크니까 평생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집을 사게 되는 것이다.”

 

-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안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완화하려면 가격 상승 원인인 수요와 공급에 대해 규제를 가하면 된다. 유효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시장에 풀린 돈을 정부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경기가 침체된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 두 가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공급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급이 필요한 곳에 공급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고 착각한 것 같다.

  좋은 옷이 있어도 신상이 나오면 사게 되지 않는가. 집도 마찬가지다. 5년, 10년 전에 지어진 집이 있지만 고급화되고 첨단화된 주택이 새로 나오면 돈 있는 사람들은 그런 좋은 집을 찾게 된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장에 새로운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면서 주택의 순환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농촌이나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계속 서울로 올라오기에 서울 주택에 대한 수요는 항상 높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서울의 주택 공급은 꾸준히 일어나야 한다. 서울에 땅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니시다이역 같은 경우는 지하철역 위에 아파트 수십 동이 있다. 이처럼 역 위에 건물을 짓거나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서울시에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공급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늘려도 문제가 된다. 일시적으로 폭증하면 대책이 없다. 일례로 2007년 정부에서 민간택지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냈었다. 민간에서 거래되는 주택 가격에 상한가를 두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 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로 2008년 서울시 미분양 주택 16만 7000세대가 빈집으로 남았다. 이후 정부에서 취득세, 양도세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미분양 주택은 몇 년간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집을 지어놓고 사용하지 못하면 경제적 손실이 커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한 수요 공급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그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게 된다. 항상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수요 정도를 예측하고 이에 발맞춰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부동산 정책을 추구해야 할까

  “주택은 주거 공간이다.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부동산을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만연해지는 순간 사회가 혼란해지고 빈부격차는 벌어진다.

  정책은 부동산 투자를 지양하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환경만 잘 가꿔주면 의식이 바뀌고, 의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부동산 투자를 해서 자본이득을 얻는 이에게 많은 세금을 걷고 투기가 부정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면, 부동산 투자를 지양하는 의식이 생기고 투기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고 실제 공급도 늘어나면 투자행위는 더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레 조절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잘못되고 있을 때만 개입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끌고 가려 하면 안 된다.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많은 규제를 가해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돈 있는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하고, 결국 가격은 끝없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규제를 계속 늘려나가기보다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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