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 비행기가 벌써 다섯 번, 작년엔 열 번도 넘게 탔다. 부산이 고향인 나에겐 서울과 부산 사이를 50분이면 가는 비행기는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기차에 비해 저렴하기까지하다. 이번 겨울방학도 부산에 내려가 쉬고 있던 참이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나온 비행기 이륙 모습에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타는 걸 부끄럽게 여기더라. 비행기가 환경에 유해한 교통수단이잖아.”

  비행기가 환경오염의 최대 주범이었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비행기를 탄 승객 1명이 이동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자동차의 3, 기차의 20배 수준이라고 한다. 재작년 독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비행기를 뜻하는 플루크와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을 결합한 단어인 플루크샴이라는 단어가 급부상했을 정도였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항공 분야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책을 강구해왔다. 대체연료 개발, 전기비행기 연구, 항공기 운영과 기술을 개선하는 등 비행기 운항 중에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저감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성과는 도드라지지 않은 모양이지만.

  요새 코로나19로 줄어든 여객 수요의 대안으로 관광비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들이 크게 늘었다. 장시간 비행의 기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여행가는 듯기분을 살릴 수 있는 관광 비행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지난 2월의 무착륙 관광비행 매출은 지난 1월에 비해 약 70% 증가했다고 한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한다는 항공 산업과 착륙 못하는 관광비행기 운항이라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는 8900, 기차는 5만원이 넘는다. 비행기는 1시간, 기차는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게 1년에 10번을 이용한다면, 아무리 환경을 생각한다지만, 당장에는 기차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수익성을 따지는 항공산업이나 지갑사정을 헤아리는 내 처지나, 환경이라는 대의를 멀찍이 두고 흔들리고 있다.

진서연 기자 sta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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