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에너지로 그려내는 자유분방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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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1.03.07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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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행정학과 05학번) SBS PD 인터뷰

힙합이 좋았던 ‘인싸’ 학생
 자유로운 뉴미디어에 뛰어들다
“실력있는 PD, 좋은 선배 되겠다”
김한진 PD는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게 뉴미디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소비 흐름이 변했다. 텔레비전 앞에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같은 프로그램을 보던 시대는 지났고, 시청자들은 이제 작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원하는 콘텐츠를 고른다.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지상파 방송국도 모바일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시의 쇼!터뷰>는 그런 SBS의 모바일 콘텐츠 대표작 중 하나다.

  목동 SBS방송센터 꼭대기 층에 위치한 작지만 강한 콘텐츠 제작소. ‘건강한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SBS 모비딕스튜디오의 김한진(행정학과 05학번) PD를 만났다.

무대를 즐기던 청년, 예능 PD를 꿈꾸다

  15년 전, 김한진 PD는 안암에서 꽤 유명한 학생이었다. ‘인싸’만 한다는 과대표를 맡았고, 실력 있기로 소문난 중앙흑인음악 동아리 ‘TERRA’의 회장으로 활동했다. 동아리방에서 밤새 랩 가사를 뱉어내다가도 학과 업무를 처리하고, 친구들과 만나 어울리기 바빴다. 학점이 2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끼 많은 친구들과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즐거웠던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본격적으로 예능 PD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군복무 시절부터였다. 김한진 PD가 군대에 있던 2008년은 대한민국 버라이어티 예능 전성기였다. 시간날 때마다 생활관에서 <X맨>,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등을 보며 예능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제가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방송을 기획하는 PD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제대 후 전공을 살려 행정고시를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2교시 만에 PSAT 시험장을 박차고 나왔어요(웃음). 고시는 저랑 너무 안 맞더라고요.”

  닥치는 대로 방송국에 자기소개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닌 결과, 김한진 PD는 2012년 SBS에 합격했다. SBS 제작본부 예능 PD로 입사해 <런닝맨> 등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고, 2019년 SBS 모바일제작사업팀 ‘모비딕스튜디오’에 발령받았다.

- 레거시미디어(TV·신문·라디오 등의 전 통 매체) 이외에도 뉴미디어(쌍방향 소통 매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몸소 느낀 둘의 차이는

  “분량의 차이가 있죠. TV는 편성된 시간을 꼭 채워야 하지만, 뉴미디어는 상관 없어요. 자본과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도 하고요. 여러 실험을 시도하기에 적합해요. 한번 해보자, 아님 말고! 그런 게 뉴미디어의 장점이죠. 또 TV 프로그램은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뉴미디어는 젊은 세대를 집중 겨냥해요. 호흡이 빠르고, 표현은 과격하고, 자유로워요. ‘제시 쇼’를 기획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자유분방한 매력을 가진 제시가 모바일 시대에 걸맞은 스타라고 생각했죠. 현장 디렉션이 거의 없는 대신 그녀의 장점이 돋보이도록 편집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PD라면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김한진 PD에게는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한동안 PD로서의 목표를 잃은 기분이었죠. 이전에 담당한 프로그램 중 흥행에 실패한 것도 있고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며 괴로워했죠.” <제시의 쇼!터뷰>가 예상치 못한 히트를 하며, 그는 프로그램 제작의 재미와 보람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었다.

  김한진 PD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에피소드는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유튜버 ‘말왕’ 인터뷰다. “최근 작품이 편집 수준도 더 높고 촬영 분량도 길지만, 초반 작품에 애정이 더 가요. 그때는 거의 혼자 제작하다 보니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거든요. 특히 ‘말왕’ 편은 큰 기대를 못 받았었는데 예상외로 3일 만에 3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그는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 할 때 중요한 것은 ‘화제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우리끼리만 재밌어서는 안 돼요. PD가 직업인 이상 취미로 영상을 만드는 것과는 달라야 하죠. 조회수에 절대 ‘쿨’할 수 없어요”

  ‘말왕’ 편이 흥행한 이유는 제시와 말왕의 ‘동갑내기 케미’였다. “게스트를 섭외할 때 제시와 의 케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합이 잘 맞아야 하죠.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섭외하려 하지 않아요.” <제시의 쇼!터뷰>는 업로드되는 족족 각종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한진 PD는 “앞으로도 이런 히트 콘텐츠를 몇 개 더 남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메인 PD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건 팀원들의 마음 상태예요. 방송업계 특성상 편집과 회의로 밤을 새우는 경우가 잦아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일이 고되니까 적어도 다른 쪽으로는 스트레스를 안 받았으면 좋겠더라고요. 방송 제작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어떤 분야보다 팀워크가 중요해요. 분위기메이킹을 통해 화기애애한 팀을 만드는 것도 메인 PD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편한 친구같은 리더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PD가 생명이 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정도 일했으니 앞으로 10년 더 일할 수 있다면 다행이죠. PD로서의 목표는 당연히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거예요. 모비딕이 더욱 풍부한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 이후에는 후임들을 어떻게 양성해낼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 내 질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모비딕’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안정적으로 계속 콘텐츠를 공급하고 제작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힘쓸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미디어 교육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싶기도 해서, 지금 미디어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젊은 후배들이랑 소통하는게 재밌더라고요.

  최고의 PD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직장에서는 좋은 PD, 가족에겐 좋은 가장이요. 결국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일 이니까요.”

 

글| 이성현 기자 saint@

사진| 김소현 기자 sosoh@

사진제공| 김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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