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경북나드리

  몇 년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인기였다. 한가한 겨울 저녁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직접 만든 막걸리를 마시고, 여름엔 매미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마루에 앉아 콩국수를 먹는 장면은 바쁜 하루를 살아가던 내게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을 선사했다. 이후 농촌에 내려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삶을 꿈꿨다. 비 오는 날 마루에 앉아 경치에 젖을 수 있는 삶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 로망을 품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은근히 많이 하는 얘기가 종강하면 제주도 한 달 살기 해야지’, ‘같이 템플스테이하지 않을래식의 대화다.

  이런 심정을 반영하듯 최근 시골살이를 보여주는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인 오느른에서는 농촌의 폐가를 구입해 고쳐 살면서 시골살이 로망을 그려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구독자가 30만에 가깝다. 봄에는 마당에 난 꽃을 뜯어 요리하고, 가을엔 잔디를 심고 겨울엔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다바뀌는 계절에 맞춰 생활하는 콘텐츠는 도시인의 관심을 끌기에 적합했다.

  본격적으로 시골살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알아볼수록 기대와 엇나가는 장면들을 발견했다. 우연히 시골 텃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지금은 해당 영상이 삭제됐지만 캡처된 자료화면만으로도 시골살이가 녹록지 않아 보였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드니 시골 텃세를 다룬 영상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에게 마을 자체적인 경비를 걷고 이를 내지 않으면 식수원을 막았다는 토로도 있었다. 마을에 일이 있을 땐 항상 동참해 원주민들과 어울려야 한다. 몇십 년간 이렇게 노력해도 결국 이방인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골살이의 뒷면이었다.

  현재를 벗어나려 꿈꾼 시골살이는 상상과는 다르다. 내가 생각한 힐링을 시골에서 찾기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나는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제는 제주도 한 달 살기로 타협해보려 한다.

이승빈 기자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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